포스코 장자강 스테인리스 제철소 건설현장 가보니…

"실패하면 모두 양쯔강에 빠져 죽을 각오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중국 장쑤성 장자강시 란싱군 옌장로에 위치한 포스코의 스테인리스 제강·열연공장 건설현장.공사 현장을 책임진 정길수 장자강포항불수강 총경리의 인사말부터 예사롭지 않다.스테인리스 일관제철소를 갖추기 위해 시작한 이 공사는 착공 후 19개월 만인 다음 달 완공된다.

공장 인근의 바다 같은 양쯔강(최대폭 17km)은 바쁠 것 없다는 듯 유유히 흐르고 있지만 현장의 포스코 임직원들은 예정된 공정을 완수하기 위해 매일 밤 12시를 넘기며 일하고 있다.

공사 현장의 분위기는 "총알과 포탄만 날아다니지 않을 뿐,한마디로 전쟁터"라는 정 총경리의 말 그대로다.전철 생산기술 담당 부총경리(부사장)는 '우향우(右向右)' 정신이 중국에서 재현되고 있다고 전했다.

우향우 정신은 과거 포스코가 포항 모래벌판에 제철소를 건설할 때 실패하면 전 임직원이 사업장 오른쪽의 포항 앞바다에 빠져 죽자고 각오를 다졌던 것에서 나왔다.

중국에서도 완벽한 품질의 쇳물과 열연 제품을 생산하는 스테인리스 공장을 짓지 못할 경우 양쯔강에 빠져 죽겠다는 결의다.포스코가 중국 스테인리스 제강·열연공장 건설에 이처럼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공을 들이는 까닭은 뭘까.

무엇보다 장자강 제강·열연공장을 완공하면 기존 장자강과 칭다오의 스테인리스 냉연공장과 더불어 중국에서 스테인리스 일관제철소의 면모를 갖추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쇳물,스테인리스 열연 및 냉연 제품을 모두 생산한다는 얘기다.연평균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중국의 스테인리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외국 기업의 일관제철소가 앞마당에 들어서니 '처녀성을 빼앗겼다'는 중국 업계의 볼멘 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포스코는 1998년 및 2004년부터 건설현장 주변의 장자강공장과 칭다오공장에서 연간 40만t과 20만t의 스테인리스 냉연제품을 생산해 왔다.

냉연 소재인 열연강판은 한국에서 생산,공급해 왔으나 장자강 제강·열연공장을 완공하면 중국 현지에서 직접 공급할 수 있다.

소재의 현지 생산을 통해 그만큼 물류비를 줄이고 만일의 반덤핑 관세도 피하는 장점을 갖는다.

포스코는 이를 위해 장자강 제강·열연공장 건설에 7억2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장자강 냉연공장에서 4km 떨어진 부지 40만평에 연산 60만t의 공장을 짓고 있다.

외국 철강업체가 중국에 제강·열연 및 냉연공장 등 일관제철소 체제를 갖추는 것은 일반 탄소강과 스테인리스를 통틀어 포스코가 처음이다.

포스코는 장자강 스테인리스 제강·열연공장을 가동하면 연산 200만t의 국내 스테인리스 제강공장과 함께 전체 스테인리스 조강 생산량을 260만t 규모로 늘리게 된다.

이는 스페인의 아세리녹스(연산 330만t),독일의 TKS(300만t)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전 세계 주요 스테인리스 업체들의 설비 증설과 대형화 추세에 적극 대응하면서 동시에 아시아 지역의 스테인리스 선두 주자로 나설 수 있는 '양동 전략'이다.

장자강(중국)=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