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편향 투쟁방식에 여론 등돌려..전교조, 왜 참패했나

전교조가 교육위원 선거에서 참패한 것은 좌편향의 투쟁 일변도 노선에 여론이 등을 돌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교조는 그동안 공교육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날로 커지는 현실을 외면한 채 평준화 정책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대외적으로는 교장 보직 선출제 도입 등 '교육개혁'을 주장하면서도 정작 교원평가제 실시와 교원성과급 차등 지급제 확대 등 교육인적자원부가 추진해 온 '교육의 질' 제고 정책에는 정면으로 반대해 왔다.

'교육계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교육위원을 뽑는 선거에서 전교조측 당선자들이 대폭 줄어듦에 따라 서울 지역의 경우 국제중학교·자립형 사립고 설립 등 교육시장의 흐름을 반영한 정책들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31일 교육위원을 뽑은 선거인단은 학부모와 교사,지역인사 등으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들이다.○전교조 왜 패했나

전교조의 인기가 이처럼 뚝 떨어진 것은 △부산지부 통일위원회가 지난해 10월 북한의 역사책을 발췌해 제작한 통일학교 행사 교재를 놓고 색깔논쟁이 야기돼 선거 막판 '반 전교조 정서'가 조성된 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사학단체 등이 종전 선거와 달리 선거구별로 단독 후보를 내고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벌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교조가 견지해 온 강경 일변도·평등제일주의 방식에 대한 비난 여론도 참패의 다른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전교조는 방과 후 학교정책 철폐 등을 주장하며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53일째 장외투쟁을 벌여왔다.

○좌파적 교육정책 대폭 수정될 듯

전교조의 참패로 서울 등 주요 지역의 교육정책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 전망이다.전체 당선자 중 전교조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10.6%로 16.43%에 달했던 지난 교육위원 선거보다 크게 낮아졌다.

이 중에서도 변화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서울이다.

내년 3월 개교 예정인 국제중학교 설립 동의안은 오는 9월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교육위원들의 몫이다.

서울지역 교육위원 15명 중 전교조가 차지한 의석의 수는 2개 뿐이다.

이에 따라 영·수 과목 우열반 편성 확대 등 '교육의 수월성'을 추구하는 정책이 다양하게 추진될 공산이 크다.

전교조는 4년 전 교육위원 선거에서 7개 선거구 전체에서 당선자를 냈고 시교육위원회 의장까지 차지하는 등 전성기를 구가했었다.

○혼탁한 교육위원 선거

교육위원 선거와 교육감 선거 기간 중 금품 수수와 향응 제공 등 선거비리가 난무했던 만큼 당선된 교육위원들에 대한 도덕성 시비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2006년 교육위원 및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적발된 위법 행위는 이날 현재 총 94건으로 2002년 선거 당시 51건보다 84% 늘어났다.

특히 올해 중앙선관위가 94건 중 33건을 고발하고 12건을 수사 의뢰했다.

지난번 선거의 경우 중선위의 고발과 수사 의뢰는 각각 2건과 5건에 그쳤다.

교육부는 이번 선거가 혼탁하게 된 원인을 선거권을 가지고 있는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의 숫자가 적어 후보자가 유권자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기 쉬웠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간선제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날 "교육위원과 교육감을 주민들이 직접 뽑고 교육위원회를 지방자치단체 의회의 상임위원회로 돌리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지방교육자치에 대한 법률 개정안이 조속한 시일 내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송형석·문혜정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