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의 복심' 여론에 밀려 결국 낙마

여론에 밀려 낙마한 김병준 교육부총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노무현 정권의 핵심 실세다.

김 부총리가 부동산 정책 등 참여정부 개혁정책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해온 만큼 김 부총리의 퇴진은 일개 국무위원의 사퇴 차원을 넘어 노무현 정부 후반기 국정운영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당장 인사스타일과 내각운용 등 향후 국정운영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당·청관계도 높은 파고를 예고한다.

○집권 후반 국정운영 차질=김 부총리의 참여정부 내 무게와 상징성을 감안하면 후반기 국정운영 차질과 이에 따른 변화가 예상된다.김 부총리는 노 대통령의 '복심'으로 참여정부 국정 로드맵 입안단계부터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왔다.

따라서 국정 로드맵 관리와 개혁과제의 안정적 수행이라는 노 대통령의 임기말 국정운영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대통령의 통치철학에 정통한 청와대 인사들을 내각에 전진 배치,국정 효율을 끌어올리겠다는 7·3개각 구상도 훼손될 수밖에 없게 됐다.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권 행사가 제한될 경우 조기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이 촉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변화의 첫 시험대는 법무장관 인선이다.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기용 여부는 노 대통령의 변화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당·청 역학관계 새국면=위험수위로 치닫던 당·청관계는 김 부총리 사퇴로 일단 복원의 실마리를 찾았다.

특히 이번 사태를 마무리짓는데 당의 역할이 컸다는 측면에서 당·청관계에서 당쪽에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태 해법을 놓고 당·정·청이 엇박자를 보였다는 점에서 후유증도 예상된다.

당·청갈등이 겉으로는 봉합된 것으로 보이지만 양측 간 감정의 골이 깊게 파인 만큼 언제든 표면화할 개연성이 다분하다.

당장 당에서 청와대에 반대입장을 전한 문재인 전 수석 문제가 당·청갈등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

당청관계가 더 악화될 경우 노 대통령이 탈당을 결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 어려워진 인선=이번 파문을 계기로 앞으로는 교수 출신이 교육부총리에 임명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논란이 됐던 논문 표절이나 중복 게재,연구비 중복 수령,논문실적 중복 보고 등은 대학사회에서 '관행'처럼 굳어졌기 때문에 어느 누구를 추천해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기 힘들다는 게 대학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청와대는 교수 출신을 등용하자니 논문 논란 재현이 우려되고 교수 출신을 피하자니 인선의 폭이 좁아지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가뜩이나 코드 중심의 인사방식으로 '인재 풀'이 바닥을 드러낸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양준영·송형석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