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1일자) 병원노조 총파업은 있을 수 없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16∼18일 실시된 찬반투표에서 총파업(總罷業)을 가결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21일로 예정된 중앙노동위원회의 제2차 쟁의조정회의에서 노사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오는 24일부터 파업에 돌입할 전망이다.물론 산별노조인 보건의료노조에 서울대병원을 비롯 세브란스,삼성의료원,서울아산병원 등 대형병원들이 빠져 있기 때문에 의료대란까지 빚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렇더라도 수많은 입원환자나 응급환자들이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 걱정스런 사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경우라도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병원에서 파업이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우선 강조하고 싶다.

아무리 노사간의 의견이 다르고 급여나 근로여건이 충분치 못하다 하더라도 이를 빌미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외면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병원이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된 것도 그런 까닭이다.

병원노사는 이번 2차 쟁의조정회의에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합의에 도달해주리라 믿는다.

특히 노사쌍방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극대하시키려는 집단이기주의적 사고보다는 의료소비자인 국민들의 불편과 애로를 먼저 생각하는 용기를 보여주기 바란다.이것이 상생의 길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정부는 지체없이 직권중재 결정을 통해 파업을 막아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불법점거사태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포항건설노조 사태가 아직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데다 카프로의 직장폐쇄,쌍용차노조의 이른바 '옥쇄파업' 돌입 등으로 국민들이 노사갈등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그런데 병원까지 파업에 참여한다면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은 너무도 뻔한 일이다.

지금 우리경제는 살얼음 위를 걷는 모습이다.각종 경제지표들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기업들은 고유가 부담 등으로 지난 상반기중 실속없는 헛장사에 그쳤다는 게 정책당국이 내놓은 통계다.

병원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장에서 지금은 파업을 하지 말아야 하는 절실한 이유다.

제대로 협상도 해보기 전에 파업일정부터 잡아놓고 보는 잘못된 관행은 당장 사라져야 한다. 통과의례 정도로 생각하는 노조의 '파업 놀이'가 국가경제 파탄의 단초(端初)가 된다는 점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