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콤 '아이리버 신화' 주역 물갈이

경영 위기에 처한 레인콤이 마침내 '초강수'를 선택했다.

양덕준 레인콤 사장을 비롯한 주요 창업 멤버들이 일제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30대 젊은 최고경영자(CEO)가 전면에 나선다.또 그동안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사업을 접고 본연의 MP3플레이어 사업에 매진하기로 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레인콤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경영진을 대폭 교체·해임키로 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AT커니 경영 컨설턴트 출신인 김혁균 고문이 양 사장과 함께 공동대표로 경영을 총괄한다.이래환 부사장,양동기 부사장 등 '아이리버 신화'의 주인공인 핵심 임원들은 대부분 물러난다.

미국 법인의 조너선 사스 지사장도 최근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김 사장 발탁과 함께 레인콤의 사업 구조에서도 변혁을 꾀하기로 했다.작년부터 투자해온 와이브로 사업에서 손을 떼고 과거 레인콤의 성공을 일궈냈던 요체인 MP3플레이어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게 변화의 골자다.

레인콤은 이미 내부적으로 와이브로 사업팀을 해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양 사장이 이 같은 결단을 내린 것은 경영난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삼성전자 반도체 임원 출신인 양 사장은 7년 전인 1999년 벤처기업 레인콤을 설립했다.

처음에 부품 업체로 출발한 레인콤은 2000년대 초반 MP3플레이어 사업에 뛰어들어 큰 성공을 거뒀다.

2000년 80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2002년 800억원으로 커졌고,2004년에는 4500억원대로 불어났다.

레인콤은 세계 3대 MP3플레이어 업체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애플컴퓨터가 야심작인 '아이팟 셔플'과 '아이팟 나노'라는 플래시메모리 MP3플레이어를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해외 매출이 급감했고 국내에선 삼성전자 코원시스템 등에 밀리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레인콤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와이브로 사업에 '올인'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6월 3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행보가 좀 빨랐던 것일까.

와이브로 시장은 좀체 활성화하지 않았고 경영 실적은 급격히 악화했다.

지난해 350억원의 적자를 냈던 레인콤은 올 상반기에만 44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매출은 720억원.2002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주위에서 경영 실패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고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고심 끝에 MP3플레이어 사업으로 회귀하기로 한 레인콤의 처방이 과연 회생수가 될지는 미지수다.

주위에서는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업계의 한 관계자는 "레인콤의 해외 지사와 유통망이 거의 마비 상태여서 MP3플레이어 사업이 제대로 살아날지 의문인 데다 와이브로 사업을 중도에 접는 데 따른 손실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