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테러 참극현장 '플라이트93' '세계무역센터' 잇따라 개봉

2001년 전세계를 경악시켰던 '9·11테러'에 관한 영화 두 편이 참사 이후 5년 만에 미국에서 제작돼 국내 개봉된다.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플라이트 93'(7일 개봉)과 올리버 스톤 감독의 '세계무역센터'(10월 중순 개봉)가 그것.'플라이트 93'은 테러 당일 추락한 여객기 내부 상황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다큐드라마이며,'세계무역센터'는 이날 붕괴된 세계무역센터 건물에서 인명구조 작전을 벌이다가 매몰됐던 소방관의 실화를 그린 드라마다.

두 작품은 모두 정치적 판단을 유보한 채 참극의 현장에 놓인 사람들의 슬픔과 용기 등을 포착했다.

'플라이트 93'은 사건 당일 알 카에다에게 납치된 4대의 민항기 중 유일하게 (국회의사당으로 추정되는) 표적을 벗어나 펜실베이니아 외곽에 추락한 뉴저지발 샌프란시스코행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93편(UA93)에 관한 이야기다.탑승객들은 기내 전화를 통해 3대의 비행기가 이미 세계무역센터와 펜타곤 등에 충돌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테러리스트들에게 필사적으로 저항하고,기체는 요동치며 곤두박질친다.

탑승자가 전원 사망했기 때문에 당시 기내 상황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블랙박스에 남겨진 대화록,탑승자들과 통화했던 가족들의 증언 등에다 상상력을 덧입혀 기내 상황을 실감나게 재구성했다."알라"를 외치는 테러리스트와 "여호와"를 갈구하는 승객들의 음성이 뒤엉키고,기내전화로 통화하는 승객과 지상의 가족들이 똑같이 "사랑해"라고 말할 때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 작품은 '미군이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UA93편'을 격추했다'는 일각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한다.

또한 승객들이 스스로 추가 희생을 막기 위해 영웅적으로 행동한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자연스럽게 사투를 벌인 것임을 보여준다.그러나 테러의 원인과 배경,역사적 심판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았다.

'세계무역센터'도 '테러는 왜?'라는 질문 대신 참극의 현장에서 펼쳐진 생존투쟁을 부각시켰다.

여느날처럼 하루 일과를 시작한 뉴욕 경찰 존 맥라글린이 '꽝'하는 굉음과 함께 세계무역센터로 출동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경찰들은 인명을 구조하기 위해 건물로 들어가지만 건물 붕괴와 함께 파묻힌다.

영화는 잔해에 묻힌 존과 윌 등 두 경찰의 탈출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담아냈다.

죽음에 직면한 인간이 갖는 자기 반성과 가족애,그리고 희망을 버리지 않는 용기가 감동을 전해준다.

세계무역센터의 붕괴와 잔해를 재현한 대규모 세트도 놓쳐서는 안 될 볼거리다.

존역의 니콜라스 케이지는 "끔찍한 상황에서도 이토록 긍정적일 수 있다는 사실에 끌려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연출자인 올리버 스톤 감독은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을 다룬 'JFK'와 베트남전의 상처를 그린 '7월4일생' 등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로 명성을 쌓은 거장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