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위기 대체에너지로 뚫어라 ‥ '오일의 경제학'

"곧 유가 200달러 시대가 온다.

지금 대비하라.투자전략도 새로 짜라!"최근 번역된 '오일의 경제학'(스티븐 립·글렌 스트라시 지음,김명철 옮김,세계사)은 차분하고 냉정한 어조로 이렇게 단언한다.

2004년에 이미 유가가 100달러 가까이 치솟을 것이라고 족집게처럼 예언했던 저자가 던진 '믿고 싶지 않지만 대비하지 않을 수 없는' 메시지다.

책 표지에 까만 석유 방울이 큼직하게 그려져 있는 이 책에서 그가 진단하는 석유의 미래는 매우 우울하다.매장량은 점점 줄어드는데 엄청난 몸집의 중국과 인도가 블랙홀처럼 전 세계 천연자원을 빨아들이고 있어 석유값은 향후 10년 이상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실 이제는 탐사를 할수록 유전 규모는 작고 개발비용은 더 많이 드는 상황이 됐다.

추가 생산이 가능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도 자체 소비량이 총생산량의 20% 이상에 달해 남의 나라에 팔 여유가 줄어들고 있다.에너지의 97%를 외국에서 들여오는 우리나라로서는 더욱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에너지 수입액이 3대 수출품의 총액을 넘어서는 기막힌 상황에서 이는 국가생존과 직결된다.

이미 선진국들은 에너지 분야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그래서 미래의 국가경쟁력은 에너지에서 판가름날 것이라고 한다.

'사회보장,의료,복지 프로그램들은 싼 유가 덕분에 번영기를 누렸던 20세기에나 가능했던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지금이라도 싸고 풍부한 에너지원을 빨리 개발하지 못한다면 어느 나라 정부든 가난하고 불우한 사람들을 돌봐줄 자원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눈 밝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세계 석유 경제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투자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유가 지속 시대의 유망투자 대상과 피해야 할 업종 등 지침을 하나씩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그는 대체 에너지가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주는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며,그 중에서도 풍력·원자력·석탄가스화·액화천연가스·타르 샌드 등이 유망하다고 말한다.

이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시장 판도는 불을 보듯 뻔하다.

어떤 기업은 향후 5~6년간 30% 이상의 성장을 보일 것이며 성장세가 늦다면 그것은 공급의 제약 때문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어쨌든 투자자들이 이 부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성장률과 주가수익률이 늘어날 것이므로 지금 대체 에너지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큰 이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그는 확언한다.

게다가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져 예금이나 채권의 매력은 줄어들고 과거 고유가 시절처럼 부동산은 중요한 투자수단으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플레이션으로 주택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화폐가치가 낮아져 대출부담은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런 그의 주장들은 투자전문가 특유의 구체적이고 상세한 분석과 맞물려 있다.

책 뒷부분에 국내판 투자상품 리스트까지 실려 있어 더욱 유용하다.284쪽,1만3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