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發 집값 급등 비상] (下·끝) 해법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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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8·31대책과 3·30대책 등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는데도 이른바 '강북발(發)' 집값불안이 재연되는 것은 단순히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인 수급공백이 아니라 구조적 원인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퍼주기식'보상 등으로 내재적으로 고분양가를 초래하고 있는 현재의 공공택지 공급 시스템을 바꿔 택지값을 낮추고 극도로 위축돼 있는 거래의 숨통을 틔워주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분양가 주범은 비싼 택지 값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개발하는 공공택지에서조차 고분양가 논란이 매번 되풀이되는 근본 원인은 원자재인 택지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2002~2003년만 해도 아파트 분양가에서 택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0%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절반을 웃도는 실정이다.서울시가 후분양제를 전격 도입한 은평뉴타운도 분양가에 포함된 택지비는 평당 636만~893만원으로 분양가의 55~58%나 된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균형발전사업,뉴타운 등 마구잡이식 개발계획을 남발하는 바람에 최근 3~4년 새 전국의 땅값이 급등한 탓이다.
특히 땅주인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퍼주기식 보상'이 관행화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105만평에 이르는 은평뉴타운은 토지보상비가 평당 360만원에 달해 281만평인 판교(평당 113만원)의 3배를 넘는다.
한 때 땅값이 판교의 절반에도 못 미쳤던 파주신도시(285만평)도 토지보상비가 판교와 똑같은 3조1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 들어 정부와 공공기관이 투입한 보상비 총액은 △2003년 8조3461억원 △2004년 14조583억원 △2005년 15조1425억원 등으로 급증하고 있다.○도로비용 등 분양가에 전가
신도시 등 택지개발 때 도로·지하철 등 수조원 규모의 간선시설(광역교통개선) 비용이 사업시행자인 주공·토공 등이 공급하는 택지값에 포함돼 고스란히 분양가에 전가되는 것도 고분양가의 주요 원인이다.
판교 동탄 파주 등 웬만한 신도시의 경우 택지 값에서 이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나 된다.
파주신도시의 경우 도로 신설 등 광역교통개선비용만 2조296억원으로 택지 값(7조6613억원·총사업비)의 26.5%에 이른다.
2004년 1단계사업인 운정지구 때는 7213억원이던 4개 간선도로 설치비용이 땅 값 상승 등으로 1조5059억원으로 2배로 급증한 데다 제2자유로 연결로 등 6개 사업비용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서울시가 일부 재원을 부담해야 할 상암동~강매IC 연결도로 설치비용(4534억원)조차 파주신도시 사업시행자인 주공에 떠넘겨져 장차 분양가에 전가될 형편이다. 신도시 등 택지지구 내 공원·녹지비율을 높이면서 유상(有償) 공급면적이 대폭 줄어든 부담 역시 분양가에 추가로 얹혀진다.
이런 식으로 전가된 비용은 결국 '택지원가 상승→택지 공급가 상승→고분양가'라는 악순환을 만들어 낸다.
업계 관계자는 "3년 전에 파주신도시 분양가를 평당 700만원 선으로 추정했던 정부가 이제는 평당 1000만~1100만원 선을 예상하고 있다"며 "정부는 생색만 내고 부담은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는 현행 택지개발 시스템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 범위를 공공기관이 전면 수용하는 도시개발사업까지 확대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정책 연계성을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주택거래 숨통 터줘야
이와 함께 주택거래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정부가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강화하는 바람에 집주인들이 주택을 팔기 꺼려 하는 이른바 '동결효과'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8월 전국 주택거래량은 9만654가구로 전월보다 7.3% 줄었다.
특히 아파트 거래는 7월 6만8735가구에서 8월에는 6만615가구로 11.8%나 감소했다.
수도권도 주택·토지 등 전체 부동산 거래량이 갈수록 줄어 서울은 전년 동월대비 19.4%,경기도는 16.1%,인천은 17.3% 각각 줄었다.
"하반기부터 매물이 쏟아져 싼 값에 이뤄지는 거래가 늘 것"이라던 정부 예측과는 거꾸로다.
한 전문가는 "최근의 집 값 불안은 전세·매매할 것 없이 매수세가 늘고 있는 데도 매물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이런 상태가 연말까지 계속되면 내년에는 집 값 불안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크다"고 전망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거래활성화를 위해 우선 금융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달 초부터 집을 살 때 내는 취득·등록세 부담이 줄어 그만큼 매수세는 늘 것으로 기대되지만 집을 팔 때 내는 양도세 부담은 여전히 커 매도자가 위축돼 있기 때문이다.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보유세·양도세 중과 정책을 계속 유지하겠다면 금융규제라도 풀어야 한다"며 "우선 11월에 중단되는 생애 첫 주택구입자금 대출재원이 2조원 이상 여유가 있는 만큼 서민주택구입 및 전세자금 대출금리를 내리고 자격요건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
이들은 무엇보다 '퍼주기식'보상 등으로 내재적으로 고분양가를 초래하고 있는 현재의 공공택지 공급 시스템을 바꿔 택지값을 낮추고 극도로 위축돼 있는 거래의 숨통을 틔워주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분양가 주범은 비싼 택지 값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개발하는 공공택지에서조차 고분양가 논란이 매번 되풀이되는 근본 원인은 원자재인 택지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2002~2003년만 해도 아파트 분양가에서 택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0%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절반을 웃도는 실정이다.서울시가 후분양제를 전격 도입한 은평뉴타운도 분양가에 포함된 택지비는 평당 636만~893만원으로 분양가의 55~58%나 된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균형발전사업,뉴타운 등 마구잡이식 개발계획을 남발하는 바람에 최근 3~4년 새 전국의 땅값이 급등한 탓이다.
특히 땅주인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퍼주기식 보상'이 관행화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105만평에 이르는 은평뉴타운은 토지보상비가 평당 360만원에 달해 281만평인 판교(평당 113만원)의 3배를 넘는다.
한 때 땅값이 판교의 절반에도 못 미쳤던 파주신도시(285만평)도 토지보상비가 판교와 똑같은 3조1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 들어 정부와 공공기관이 투입한 보상비 총액은 △2003년 8조3461억원 △2004년 14조583억원 △2005년 15조1425억원 등으로 급증하고 있다.○도로비용 등 분양가에 전가
신도시 등 택지개발 때 도로·지하철 등 수조원 규모의 간선시설(광역교통개선) 비용이 사업시행자인 주공·토공 등이 공급하는 택지값에 포함돼 고스란히 분양가에 전가되는 것도 고분양가의 주요 원인이다.
판교 동탄 파주 등 웬만한 신도시의 경우 택지 값에서 이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나 된다.
파주신도시의 경우 도로 신설 등 광역교통개선비용만 2조296억원으로 택지 값(7조6613억원·총사업비)의 26.5%에 이른다.
2004년 1단계사업인 운정지구 때는 7213억원이던 4개 간선도로 설치비용이 땅 값 상승 등으로 1조5059억원으로 2배로 급증한 데다 제2자유로 연결로 등 6개 사업비용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서울시가 일부 재원을 부담해야 할 상암동~강매IC 연결도로 설치비용(4534억원)조차 파주신도시 사업시행자인 주공에 떠넘겨져 장차 분양가에 전가될 형편이다. 신도시 등 택지지구 내 공원·녹지비율을 높이면서 유상(有償) 공급면적이 대폭 줄어든 부담 역시 분양가에 추가로 얹혀진다.
이런 식으로 전가된 비용은 결국 '택지원가 상승→택지 공급가 상승→고분양가'라는 악순환을 만들어 낸다.
업계 관계자는 "3년 전에 파주신도시 분양가를 평당 700만원 선으로 추정했던 정부가 이제는 평당 1000만~1100만원 선을 예상하고 있다"며 "정부는 생색만 내고 부담은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는 현행 택지개발 시스템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 범위를 공공기관이 전면 수용하는 도시개발사업까지 확대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정책 연계성을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주택거래 숨통 터줘야
이와 함께 주택거래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정부가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강화하는 바람에 집주인들이 주택을 팔기 꺼려 하는 이른바 '동결효과'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8월 전국 주택거래량은 9만654가구로 전월보다 7.3% 줄었다.
특히 아파트 거래는 7월 6만8735가구에서 8월에는 6만615가구로 11.8%나 감소했다.
수도권도 주택·토지 등 전체 부동산 거래량이 갈수록 줄어 서울은 전년 동월대비 19.4%,경기도는 16.1%,인천은 17.3% 각각 줄었다.
"하반기부터 매물이 쏟아져 싼 값에 이뤄지는 거래가 늘 것"이라던 정부 예측과는 거꾸로다.
한 전문가는 "최근의 집 값 불안은 전세·매매할 것 없이 매수세가 늘고 있는 데도 매물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이런 상태가 연말까지 계속되면 내년에는 집 값 불안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크다"고 전망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거래활성화를 위해 우선 금융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달 초부터 집을 살 때 내는 취득·등록세 부담이 줄어 그만큼 매수세는 늘 것으로 기대되지만 집을 팔 때 내는 양도세 부담은 여전히 커 매도자가 위축돼 있기 때문이다.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보유세·양도세 중과 정책을 계속 유지하겠다면 금융규제라도 풀어야 한다"며 "우선 11월에 중단되는 생애 첫 주택구입자금 대출재원이 2조원 이상 여유가 있는 만큼 서민주택구입 및 전세자금 대출금리를 내리고 자격요건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