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월街의 '중국 다루기'

지난주 국제부 데스크에 의미있는 중국관련 뉴스 두 건이 들어왔다. 하나는 미국 상원이 중국에 대한 보복관세 법안 표결을 연기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골드만삭스가 상장을 앞둔 중국공상은행에 25억8000만달러를 투자했다는 소식이었다. 두 뉴스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폴슨 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지난달 18일이었다. 위안화 상승 유도가 핫이슈였지만,예상과 달리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워싱턴에 돌아가면 '중국이 위안화를 인위적으로 낮게 가져간다'며 잔뜩 화가 나있는 상원의원들을 달래 그들이 벼르고 있는 보복관세 법안을 유예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미 상원은 27.5%의 보복관세 표결을 미뤘다. 월가 금융자본으로 상징되는 골드만삭스의 중국공상은행 투자 역시 폴슨이 주도했다. 재무장관이 되기 직전 골드만삭스 회장을 지낸 폴슨은 중국을 70차례 이상 방문한 '중국통'이다. 골드만삭스의 중국투자가 모두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골드만삭스는 공상은행이 이달 말 홍콩과 상하이 증시에 상장되면 100% 이상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뉴스를 조합해보면 폴슨의 대(對)중국 '유화정책'이 미국 금융자본의 산실인 월가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방 금융자본은 한 해 수십억달러를 중국에서 벌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의 일시적인 평가절상조치' 같은 무리한 정책이 몰고 올 충격을 피하고자 한다. 과도한 압박은 중국의 반발만 낳을 뿐 효과가 크지 않음을 그들은 잘 안다. 중국이 아직 금융시장 진입장벽을 낮추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 금융업체의 중국 비즈니스에는 한계가 있다. 중국에서 '큰돈'을 벌 때가 아직 되지 않은 것이다. 폴슨 재무장관의 등장을 계기로 월가는 중국에서 단기적 이익보다는 '큰돈을 벌 수 있는 분위기가 성숙될 때까지 기다리자'로 돌아섰는지도 모른다.

미·중 경제관계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해외수출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폴슨의 중국정책,더 구체적으로는 월가의 중국 다루기에 관심을 둬야 할 이유다.

한우덕 국제부 기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