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교수 "세계를 향한 한글革命 로드맵 담았죠"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앞서가는 IT강국이 된 근본 원인은 한글에 있다는 걸 아십니까.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한국은 5초면 가능한 문장을 일본과 중국은 35초나 걸려서 보냅니다. 이제는 한글의 세계화를 향한 '제4의 한글혁명'을 이뤄야 할 때입니다."

영어학자인 김미경 대덕대 교수(47)의 '한글예찬'은 좀 유별나다.'우리 것'이니까 좋다는 것이 아니다.

요모조모 뜯어보고 궁리한 끝에 얻은 '확신'의 결과다.

최고의 인지과학적 원리를 담은 음절단위 표기법과 알파벳을 뛰어넘는 독창적 모음 디자인,현대 음운분석 원리를 그대로 담고 있는 자음 디자인….김 교수가 최근 펴낸 책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한글'(자우출판사)에는 그의 이런 생각들이 담겨있다.영어학자가 왜 '한글예찬'에 나섰을까.

"10여년 전 미국에서 공부할 때 외국 학자들에게 한글을 설명해주니까 너무 신기해하고 놀라는 겁니다.

숨쉬는 공기처럼 너무나 당연시하던 한글인데 외국인들이 이렇게 찬탄하는 걸 보며 저 자신도 한글을 새롭게 보게 됐지요."김 교수는 "언어학을 조금만 공부한 사람이면 누구나 한글만큼 과학적인 문자는 없다고 인정한다"고 설명한다.

영국인 데렉 알렌 교수(충남대)는 1시간 만에 한글 읽기를 배웠고,미국인 토드 와첸도프 교수(대덕대)는 하루 만에 한글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김 교수는 전한다.

한글의 과학적인 제자 원리를 설명해주면 쉽게 이해하고 배운다는 얘기다.또 이런 한글의 장점이 한국의 민주화와 경제부흥,IT강국화를 이끌었다고 평가한다.

한글을 통한 대중교육과 이를 토대로 한 지식과 정보공유가 오늘날의 번영을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고려와 조선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와 인쇄술,세계 언어학자들이 인정하는 최고의 문자인 한글을 발명하고도 세계를 바꾸는 정보혁명을 이끌지 못한 것은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제3의 정보혁명' 시대에 우리가 한글의 우수함과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고려와 조선이 범한 우를 되풀이하게 될 겁니다."

김 교수는 세종대왕의 한글창제,고종의 한글 국가 공식문자 선포,일간신문의 한글전용과 가로쓰기 전환에 이은 '제4의 한글혁명'을 위해 한문자료의 한글화와 한글의 세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그는 특히 "문자의 기능성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하면 한글은 중국과 일본은 물론 동양권 전체의 문자 통일을 이룰 수 있는 수단"이라며 한글 세계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