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헐값 매각 의혹 수사] 론스타 부회장 등 체포영장 기각

검찰의 론스타 수사가 의외의 암초에 부딪쳤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로 엘리스 쇼트 부회장 등 론스타 경영진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체포 및 구속영장이 예상을 뒤집고 법원에 의해 3일 새벽 전격 기각된 것. 이에 따라 외환카드 주가조작 수사는 물론 이번 사건의 몸통인 외환은행 헐값매각에 대한 검찰의 수사까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검찰이 론스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 조작가담 여부는 물론 당시 정권실세 등 윗선 개입설마저 못 밝힌다면 국내 실무자들만 처벌하는 데 그칠 공산이 크다. 특히 검찰이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한 유회원 론스타 코리아 대표의 경우 검찰이 두 번씩이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거부당하는 수모를 당해 검찰-법원 간 갈등도 예상된다.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 높아져법원의 쇼트 부회장 등에 대한 체포영장 기각으로 이 사건이 2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강원 전 행장 등 외환은행 임직원과 금융감독원 직원 등의 실무라인이 사법처리되는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시 외환은행 매각에 주도적으로 간여했던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현 보고펀드 대표)과 김석동 전 금감위 감독정책국장(현 부위원장) 등은 BIS비율조작 등 관련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데다 스티븐 리 론스타코리아 대표 등 론스타측 핵심인물들의 신병 확보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때문에 '론스타와 당시 권력실세들의 조직적인 공모'라는 이번 사건 의혹의 몸통은 무혐의 처리될 개연성이 적지 않다.

이른바 '도마뱀 꼬리자르기'꼴이 날 확률이 많다는 얘기다.

물론 검찰이 론스타측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를 포착한 것은 소기의 성과로 기록될 만하다. 이를 통해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이 직접 나서 한국검찰을 상대로 '음모론'을 제기할 정도로 도덕성에 상당한 흠집을 내기도 했다.그러나 이날 밤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 코리아 대표와 엘리스 쇼트 론스타 부회장 등 론스타 본사 경영진 2명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 및 체포영장을 법원이 기각함에 따라 주가조작 혐의마저 미궁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또 주가조작이라는 우회수사를 통해 론스타측 인사의 신병을 확보한 뒤 헐값매입 의혹에 대한 진술을 받아내려던 검찰의 전략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 법원은 "계속 수사할 필요가 있지만 구금해서 수사할 정도는 아니다"며 기각 이유를 밝혔다.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재경부와 금감위 등 감독기관의 공모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며 이들 감독기관 관계자 가운데 피의자 신분이 있을 수 있다"며 구속영장 추가청구에 대한 여운을 남겼다. 그러나 청와대의 연루여부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헐값매각 핵심은 이강원씨"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제대로 산정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이강원씨가 외환은행 헐값매각의 핵심인물"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발표에 따르면 이 전 행장은 헐값매각과 관련해 △외환은행 매각의 불가피성을 왜곡했으며 △매각 시 적정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점 △이사회에 대한 허위보고 등 크게 3가지 혐의를 받고있다. 이를 통해 외환은행과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실제 이 전 행장은 외환은행 매각 직전인 2003년 7월 BIS 자기자본비율 전망치를 은행 이사회에는 10.0%,금융감독위원회에는 6.16%로 각각 다르게 보고했다. 감사원은 이 전 행장이 외환은행의 추정손실 규모를 3170억∼1조2570억원에서 1조∼1조5000억원으로 부풀리는 방법으로 자산ㆍ부채 실사결과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BIS비율을 축소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영장에는 이 전 행장의 개인비리도 포함됐다.

김병일·정태웅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