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성장동력은 제도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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張永洙 < 고려대 교수·헌법학 >
독일 유학시절 TV에서 '법과 경제의 관계'에 관한 흥미로운 토론을 본 적이 있다.이 토론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경제부흥의 원동력을 독일인의 근면성 내지 근검절약에서 찾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었다.
물론 독일인의 근면성과 근검절약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다만 그것이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이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그 이전에는 게으르던 독일인이 전후(戰後)에 갑자기 근면해진 것도 아니고,또 과거 세계 제1의 경제 대국이었다가 점차 기울어가고 있는 영국의 경우에도 부지런하던 국민들이 갑자기 게을러진 탓은 아니라는 점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 때문이었다.
물론 독일인들의 근면성과 근검절약은 노동력의 질과 자본의 축적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하고,자본과 노동 역시 기술력 정보력 등과 함께 경제발전의 핵심적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개별적 요소보다는 이를 효율적으로 결합시키는 메커니즘이라는 것이다.사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독일경제는 자본이 매우 취약했을 뿐만 아니라,외부적 여건의 측면에서 본다면 영국 프랑스 등 전승(戰勝) 국가에 비해 훨씬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독일이 당시에 가지고 있던 인적·물적 자원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결합했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자본,기술,노동,정보 등의 개별적 요소들도 중요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결합시키는 정책과 법제도야말로 경제발전의 핵심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돌이켜보면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 있어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본이 취약하고 기술이 빈약한 상황에서 한정된 자본과 기술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투입할 것인지가 기업 차원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정책적으로 고려될 수밖에 없었고,과거의 섬유산업이나 현재의 IT산업 등 몇 개 분야가 성장 동력의 역할을 하면서 경제 전체를 이끌어갈 수 있었던 것도 상황에 잘 맞는 정책과 제도가 뒷받침됐던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독일의 경제성장도 크게 둔화됐으며,우리나라도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그 원인은 무엇보다 변화된 환경에 대한 적응의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19세기적 상황에 가장 알맞은 제도로 세계 제1의 강대국이 되었던 영국이 20세기 후반에 들어와서는 변화된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점차 기울게 됐던 것처럼,독일의 경우도 전통적인 중화학 공업에서의 비교우위를 여전히 지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IT산업 등이 낙후됨으로써 지속적인 성장의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급변하는 경제적·사회적 국내외 환경에 대한 정책과 제도의 대응이 미흡했던 점이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로 경제에 대한 낙관론보다 비관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경제정책을 펴나가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개발독재 시절과 달리 민주적 정책조율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경제정책 및 국회의 입법활동을 보면,정부와 국회 모두 북핵문제를 비롯하여 시시각각 터져나오는 굵직한 현안들에 밀려 가장 기본적인 과제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하기 어렵다.
21세기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변화된 현실에 맞는 새로운 정책,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이에 관해 정부와 국회,기업,노조,시민단체 및 학계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가운데 호흡을 맞춰야 한다.
그 때 비로소 각자의 역할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그런데 이 문제의 해결에 앞장서야 할 정치권이 대선(大選)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 답답할 뿐이다.
오히려 국민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라고 볼 것임에도 불구하고….
독일 유학시절 TV에서 '법과 경제의 관계'에 관한 흥미로운 토론을 본 적이 있다.이 토론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경제부흥의 원동력을 독일인의 근면성 내지 근검절약에서 찾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었다.
물론 독일인의 근면성과 근검절약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다만 그것이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이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그 이전에는 게으르던 독일인이 전후(戰後)에 갑자기 근면해진 것도 아니고,또 과거 세계 제1의 경제 대국이었다가 점차 기울어가고 있는 영국의 경우에도 부지런하던 국민들이 갑자기 게을러진 탓은 아니라는 점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 때문이었다.
물론 독일인들의 근면성과 근검절약은 노동력의 질과 자본의 축적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하고,자본과 노동 역시 기술력 정보력 등과 함께 경제발전의 핵심적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개별적 요소보다는 이를 효율적으로 결합시키는 메커니즘이라는 것이다.사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독일경제는 자본이 매우 취약했을 뿐만 아니라,외부적 여건의 측면에서 본다면 영국 프랑스 등 전승(戰勝) 국가에 비해 훨씬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독일이 당시에 가지고 있던 인적·물적 자원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결합했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자본,기술,노동,정보 등의 개별적 요소들도 중요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결합시키는 정책과 법제도야말로 경제발전의 핵심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돌이켜보면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 있어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본이 취약하고 기술이 빈약한 상황에서 한정된 자본과 기술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투입할 것인지가 기업 차원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정책적으로 고려될 수밖에 없었고,과거의 섬유산업이나 현재의 IT산업 등 몇 개 분야가 성장 동력의 역할을 하면서 경제 전체를 이끌어갈 수 있었던 것도 상황에 잘 맞는 정책과 제도가 뒷받침됐던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독일의 경제성장도 크게 둔화됐으며,우리나라도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그 원인은 무엇보다 변화된 환경에 대한 적응의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19세기적 상황에 가장 알맞은 제도로 세계 제1의 강대국이 되었던 영국이 20세기 후반에 들어와서는 변화된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점차 기울게 됐던 것처럼,독일의 경우도 전통적인 중화학 공업에서의 비교우위를 여전히 지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IT산업 등이 낙후됨으로써 지속적인 성장의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급변하는 경제적·사회적 국내외 환경에 대한 정책과 제도의 대응이 미흡했던 점이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로 경제에 대한 낙관론보다 비관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경제정책을 펴나가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개발독재 시절과 달리 민주적 정책조율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경제정책 및 국회의 입법활동을 보면,정부와 국회 모두 북핵문제를 비롯하여 시시각각 터져나오는 굵직한 현안들에 밀려 가장 기본적인 과제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하기 어렵다.
21세기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변화된 현실에 맞는 새로운 정책,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이에 관해 정부와 국회,기업,노조,시민단체 및 학계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가운데 호흡을 맞춰야 한다.
그 때 비로소 각자의 역할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그런데 이 문제의 해결에 앞장서야 할 정치권이 대선(大選)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 답답할 뿐이다.
오히려 국민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라고 볼 것임에도 불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