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사랑연기 시선처리 참 힘들데요" ‥ '사랑따윈 필요없어' 주연 문근영

"'어린 신부'(2004)에서는 혼자만 생각하는 철부지역이었어요.

'댄서의 순정'(2005)에선 아픔을 좀 겪고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배역이었지요.이번에는 정말 힘들고 아픈 사랑을 하게 됐습니다.

만약 '어린 신부'를 했던 나이였다면 이 연기는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 제 나이에 맞게 최선을 다해 찍었고,이해했습니다."멜로 '사랑 따윈 필요없어'(감독 이철하,제작 싸이더스FNH)의 주인공 류민역을 맡은 문근영(19)은 영화 속 배역과 실제 성장궤도가 거의 일치한다.

고교 시절 출연작 '장화,홍련'(2003) '어린신부'(2004) '댄서의 순정'(2005)에선 명랑하고 건강한 이미지로 '국민여동생'이란 별칭을 얻었다.

이제 대학생(성균관대 1년)이 된 그는 처음으로 어둡고 침울한 숙녀역을 해냈다.시력을 잃은 대부호 상속녀 민은 자신의 돈을 노리는 남창 줄리앙(김주혁)과 우여곡절 끝에 사랑에 빠진다.

거액의 빚에 내몰린 줄리앙이 오래 전 헤어진 민의 오빠 행세를 하며 나타났기 때문."두 주인공이 처한 상황은 다소 비현실적일 수 있어요.

하지만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가장 예쁘게 보여줄 수 있어요.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사랑을 꿈꿀 수 있도록 말이지요."

'댄서의 순정'에서 춤 배우기에 몰입했던 문근영은 이 작품에서 시각장애인 연기에 도전했다.

"앞을 못 보는 배역이라 촬영 전 여러 방법을 동원해 열심히 준비했어요.

시선 처리 연습도 많이 했지요.

그런데 막상 촬영을 해보니 연습과 상황이 달랐어요."

그는 낯선 곳에서 몸을 움츠리는 시각장애인들의 성향을 연습하면서 차츰 민에게 동화돼 갔다.

유난히 까만 눈동자가 화면 속 시선을 모호하게 보이도록 해준 것은 시각장애인 연기에 보탬이 됐다.

"가장 신경 썼던 것은 민이의 미소가 문근영의 미소와 다르다는 거예요.

제 웃음은 밝아요.

그런데 아픔을 갖고 있는 민이의 웃음은 확 피는 게 아니라 슬며시 피어나는 미소가 되길 바랐지요."

'사랑 따윈 필요 없어'는 2002년 일본 TBS에서 방영한 드라마 '사랑 따윈 필요 없어,여름'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일본 청춘 아이콘 와타베 아쓰로와 히로스에 료코가 주연을 맡아 높은 인기를 누렸다.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