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영혼을 기록하는 행위? ‥ 심윤경씨 장편소설 '이현의 연애' 출간

'나의 아름다운 정원'(한겨레문학상 수상)과 '달의 제단'(무영문학상 수상)으로 화려하게 등단한 작가 심윤경씨(34)가 신작 장편 '이현의 연애'(문학동네)를 펴냈다.

이 작품은 한 여자(이진)와 한 남자(이현)의 이루어질 수 없는 러브스토리.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나간 점이 특징이다.소설은 이진의 목소리로 시작된다.

스스로가 밝힌 대로 그녀는 '영혼을 기록하는 여자'며 그것만이 존재의 전부인 사람이다.

그녀는 원한 맺혀 죽은 이들이 아닌 생령(生靈)들,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인다.그녀는 기억할 수 없는 유년시절부터 영혼을 보기 시작했고 본성처럼 그들의 이야기를 받아 쓰게 됐다.

그런 그녀에게 한 남자가 운명적인 이끌림을 느낀다.

남자는 재정경제부에서 일하는 전도유망한 엘리트 공무원.영혼을 기록하는 일 외에는 세상사에 관심이 없는 이진에게 그는 그녀의 작업을 절대 방해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3년간의 계약결혼에 돌입한다.소설은 두 남녀의 사랑을 큰 줄기로 그리지만 중간중간 고통과 욕망에 신음하는 영혼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진의 기록' 네 편을 통해 인간의 운명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이진과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 이현은 헌신하지만 어느날 둘 사이에 타인의 운명이 개입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작가는 "소설에 등장하는 이진과 이현은 각각 진실과 현실을 상징한다.순수한 듯 속물스럽고 닮아빠진 듯 고지식한 이현의 모습은 일생을 걸어 진실만을 사랑하리라 믿었던 젊은 날의 내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닮았다.

어쩐지 나는 그의 마음을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