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사이 빛나는 여백의 美

화면이 빛의 반사효과로 번뜩인다.

성가나 불교의 단선음악처럼 내적인 선율도 흐르는 것 같다.여백의 미를 살려 문인화에서 느끼는 동양적인 사유 공간을 그리는 사실주의 작가 구자승씨(65)가 내년 2월 상명대 정년퇴임을 앞두고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개인전(22일~12월5일)을 갖는다.

화업 30여년간 걸어온 길을 사유의 공간처럼 꾸민 이번 전시에서는 꽃 레몬 자두 주전자 꽃술병 꽃병 자갈 등 일상의 사물들을 특유의 색감으로 그려낸 근작 등 50여점을 보여준다.

구씨의 작품은 수직과 수평 구도가 맞물려 깊은 적막감이 흐르는 것이 특징.소재들과 무언의 대화를 통해 '필'이 꽂히는 대상들만 한 데 모아 작품으로 되살려냈다.대상들을 한 데 모아 그리는 것도 일상의 평범한 소재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아크릴 물감으로 서양화를 그리지만 작품들은 전통 문인화의 아취를 뿜어낸다.

화면을 빨강 노랑 등 8가지의 색채만으로 꾸미지만 물체의 색보다 더 고유한 색감을 내기 위해 빛의 효과를 극적으로 몰아간다.예전에는 빛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무대조명까지 사용했다.

근작들은 컬러풀하고 더 밝은 분위기를 낸다.

이번 전시에는 추상화에 가까운 신작도 출품했다.프랑스 평론가 호제 뷰어는 "구씨의 작품은 사실주의 화풍인데도 현대적인 감각이 배어 있고 시각적인 언어가 흐른다"고 평했다.

(02)734-04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