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맛 커피가 뜬다

설탕과 크림 등 첨가물을 넣지 않은 채 커피 특유의 쓴 맛을 살린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등 쓴 맛 커피가 뜨고 있다.

해외생활을 경험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미국 등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정통 커피' 마니아가 확산되고 있는 데다,단 맛을 꺼리는 추세까지 가세한 결과다.'에스프레소'는 쓴 맛이 날 정도의 진한 커피 원액이고,'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의 짙은 맛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물을 넣어 희석시킨 커피.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롯데리아는 '쓴 맛 커피'를 찾는 고객이 늘어나자 작년 3월부터 에스프레소 기계를 각 매장마다 들여놓기 시작했다.

인스턴트 커피를 판매하는 동서식품에서도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에 맞춰 미국 스타벅스 본사와 제휴해 만든 캔커피 '더블샷 에스프레소'를 최근 출시했다.가정에서 직접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에스프레소 기계도 인터넷 장터에서 잘 팔리고 있다.

스타벅스 커피 코리아의 박찬희 홍보팀장은 "11월 들어 한 매장 안에서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를 찾는 손님 비중이 20% 정도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늘었다"며 "1999년 스타벅스가 문을 열었을 때부터 달콤한 커피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변화"라고 말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국내 커피시장 규모는 인스턴트 커피와 커피 전문점 판매량을 포함해 약 2조원.최근 3년 동안 해마다 평균 20%씩 증가하고 있다.동서식품의 최건민 대리는 "커피 시장이 커지는 데는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를 찾는 사람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롯데리아는 전체 매장의 80%인 600여개 매장에 한 대당 600만원 상당의 에스프레소 기계를 사용 중이다.

김진우 롯데리아 마케팅 담당은 "한 매장에서 하루 평균 30잔 정도의 커피가 팔리는데 그 중 절반이 아메리카노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40% 늘어났다"고 말했다.동서식품도 11월 초에 미국 스타벅스 본사와 제휴해 캔커피 '더블샷 에스프레소'를 출시했다.

동서식품의 최건민 대리는 "캔커피 시장 규모는 매년 6.6%씩 줄어 올해는 16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며 "달콤한 커피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캔커피 시장에서 달라지는 고객들의 취향을 공략하기 위해서 '에스프레소' 제품을 생각해 냈다"고 전했다.

대형 업체뿐 아니라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숍에서도 에스프레소 기계를 들여 놓는 곳이 많아졌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에스프레소 전문점 '클럽 에스프레소'의 김지연 매니저는 "강남 일대 커피숍 중 80~90%는 에스프레소 기계를 사용하고 있다"며 "일반 커피숍에서도 달콤한 커피보다는 향이 짙은 커피를 찾는 손님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집에서 직접 에스프레소를 즐기려는 커피 애호가들이 늘면서 인터넷 장터 옥션에서는 11월 들어 가정용 에스프레소 기계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 많은 하루 평균 50여개 이상 판매되고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