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서 겸재 화첩 되찾아온 선지훈 신부

"겸재 정선 그림을 이번에 돌려받은 것은 세계 문화재 반환 역사에서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의 선지훈 신부(46)가 독일 베네딕도회 오틸리엔 수도원이 보관하고 있던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의 그림 21점을 모은 화첩을 한국에 들여온 사실이 확인됐다.1924년 한국을 방문한 노르베르트 베버 당시 오틸리엔 수도원장이 수집해간 겸재의 화첩을 지난해 10월 영구임대 방식으로 돌려받은 것.금강산 구룡폭포를 그린 '구룡폭(九龍瀑)',이성계가 거주했던 함흥의 궁궐 소나무를 그린 '함흥본궁송(함흥본궁송)' 등이 포함돼 있다.

"오틸리엔 수도원이 겸재 그림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일찍부터 알았습니다.

수차례 반환을 요청한 끝에 수도원 측의 결심을 이끌어냈어요.오틸리엔수도원이 다른 나라 문화재는 그 나라에 돌려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22일 오후 서울 장충동 성베네딕도수도원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선 신부는 "뉴욕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장 등이 오틸리엔 수도원에 접근해 여러 차례 경매에 내놓을 것을 종용한 적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수도원에서 보관하기가 힘들고 마침 오틸리엔 수도원 한국 진출 100년이 다가오고 있었던 점 등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화첩은 모처에 보관 중"이라면서 "오틸리엔 수도원의 한국 진출 100년이 되는 2009년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