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자리포트] (3) 자녀교육 .. "아들아! 스스로 이겨내는 법을 배웠으면 한다"

"낯설고 힘들겠지만 스스로 이겨내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일본 닛산이 만든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의 강남 딜러인 SS모터스 권기연 사장(42)은 미국에서 홀로 유학 중인 열여섯살 아들에게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곧잘 이렇게 얘기한다.

그는 아들이 글로벌 마인드와 함께 절제와 규율,그리고 책임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면서 뉴욕 근처의 기숙학교에 보냈다."아버지께서 늘 저에게 하셨던 얘기가 바로 자율과 책임입니다." 그의 부친은 압구정동 새서울주유소 등 주유소 6곳,울진 덕구온천스파월드,양양 골든비치골프장,SS모터스 등의 사업체를 거느린 새서울그룹 권영복 회장(72).권 회장이 경북 안동에서 건재상을 운영하다 70년대 중반 서울로 사업지를 옮긴 것은 전적으로 교육 때문이었다.

자율을 강조한 교육 덕분인지 3남매의 경력은 다양하다.

권 사장의 누나는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 형인 권기열 부회장(44)은 육사를 졸업하고 미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석사,리하이대학에서 재무관리 박사를 딴 뒤 GE와 아메리칸익스프레스에서 근무하다 올해 귀국했다.권 사장은 형,누나와 달리 학군장교로 제대한 뒤 유학 대신 '일'을 택했다.

쌍용자동차에서 1년여 일을 하다 1993년부터 부친이 경영하던 주유소에서 일하며 밑바닥부터 배웠다.

힘들었지만 당시 몸으로 체득한 자동차 운전자들의 심리,직원들 관리 요령 등은 지금 사업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처음엔 '사장 아들이 설친다'는 분위기도 없지 않았어요.

무릎을 꿇고 고객과 시선을 맞췄고 새벽까지 주유와 세차 등을 하면서 직원들과 함께 호흡했죠.그랬더니 아무렇지 않게 슬리퍼 신고 일하고 대기실에서 툭하면 담배를 피우던 직원들 근무 태도가 금세 달라지더군요."

당시만 해도 찾아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기도 했다.93년엔 사은카드를 만들어 2만원 이상 주유 때 한 번 찍어주는 도장을 60회 이상 받은 고객에게 덕구온천 숙박권을 줬다.

6개 주유소에 전산망을 갖춘 뒤 95년 도입한 마일리지 카드도 큰 호응을 얻었다.

권 사장은 부친을 도와 지난해 신사업에 진출했다.

양양공항 인근에 27홀 규모의 골프장을 착공했고 대기업들과 경쟁 끝에 닛산의 고급차 브랜드 인피니티의 첫 국내 딜러로 선정되기도 했다.

앞으로 인피니티 구매 고객에게 주유와 골프,레저·휴양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권 사장은 인터뷰를 부담스러워 했다.

그는 2세 기업인들에 대한 일부 부정적 시선에 대해 "사업을 잘해 고용을 늘리는 게 결국 사회에 기여하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경영 능력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