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매각 불발] 금융권 새판짜기 물밑준비 활발

론스타의 외환은행 재매각 작업이 불발됨에 따라 금융권의 새 판짜기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은행들의 물밑 움직임이 활발하다.

외환은행 인수 무산으로 국내 리딩 뱅크 자리마저 위협받게 된 국민은행은 27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론스타의 외환은행 계약파기 경과를 이사들에게 설명하고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일부 사외 이사들은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됨에 따라 내년 경영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강정원 행장 등 경영진은 이에 대해 "외환은행을 인수하더라도 1년간은 독자 경영을 시키기로 한 만큼 애당초 내년 경영 계획에 외환은행은 변수가 아니었다"며 "이번 계약 파기가 은행 경영 계획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국민은행은 다음 달 15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내년 경영 계획을 확정키로 했다.

국민은행은 독자적인 해외전략 모델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해외진출 로드맵을 만든 데 이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10여개 국을 진출 대상 국가로 올려놓고 저울질하고 있다.또 공격적인 경영으로 내년 여·수신 등 핵심 시장의 점유율을 확대하는 한편 투자은행(IB)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업무를 강화해 해외진출 전략을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국민은행은 "외환은행이 다시 매물로 나올 경우 그때 가서 고려할 것"이란 입장을 견지하며 외환은행 재인수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외환은행 인수전에서 국민은행과의 경쟁 끝에 고배를 마셨던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에 대한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여 주목된다.론스타가 국민은행과의 계약 결렬을 선언한 이후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현재로선 관심 없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계약결렬 가능성이 거론될 때마다 "설령 론스타와 국민은행 간 계약이 파기되더라도 이미 해외 진출로 방향을 잡은 만큼 관심 없다"고 부인하던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금융업계에선 론스타가 검찰수사 발표 후 재매각에 나설 경우 하나금융지주가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 지주 입장에선 LG카드 인수까지 실패하고 향후 성장 동력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돌아온 외환은행'을 결코 외면할 수 없을 것이란 해석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 입장에서 본다면 LG카드보다도 외환은행이 훨씬 더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라며 "검찰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하나금융이 재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또 특별히 외환은행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지만 최근 김승유 회장이 '이헌재 사단 내 핵심 브레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성규 전 국민은행 부행장을 지주사 전략 및 재무기획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또 한 차례 예상되는 국내 금융회사 간 인수·합병(M&A)전에 대비한 포석인 것으로 금융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박성완·유병연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