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못해" 이 악문 김근태 .. 盧 반발 불구 신당 강행 의지 밝혀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최근 측근들에게 의장직을 그만두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만큼 고민이 많다는 방증이다.지방선거 참패 후 구원투수로 당 의장을 맡아 백방으로 뛰었음에도 당 지지율의 반전은커녕 최악으로 떨어졌고 덩달아 자신의 지지율도 1∼2%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일한 회생책으로 추진 중인 신당은 노무현 대통령과 친노파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친 상태다.

자칫 당이 반으로 갈라질 수 있는 위기다.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언행이 자꾸만 대선행보로 비쳐지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데다 친노파가 사퇴까지 주장하는 터이니 의장직이 바늘방석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사퇴도 말처럼 쉽지 않다.

무책임하게 비쳐질 수 있어서다.대안없이 물러날 경우 당이 극도의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를리 없다.

김 의장이 사퇴의사를 접고 이를 악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친노세력의 조직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한 신당 관련 설문조사 실시를 강행키로 한 데서 그 의지가 읽혀진다.청와대 만찬을 거부하고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신당을 지역당이라고 한 것은 모욕"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연장선상이다.

김 의장은 4일 비대위 회의에서 "당내 민주주의의 핵심은 토론의 자유와 행동의 통일"이라고 강조했다.

신당에 반대하는 노 대통령과 친노파를 겨냥한 것이다.그럼에도 김 의장이 중요한 정치적 고비 때마다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던 과거가 있다는 점에서 "과연 이번에 다를까"라는 시선도 없지는 않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