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환율등으로 악전고투하는데…노조는 이틀에 한번꼴 공장세워 '발목'

현대자동차는 연말까지 인도 시장에서 판매 중인 모든 모델의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유가 급등으로 원자재가가 덩달아 치솟아 원가 부담이 가중되자 판매 감소 우려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인상키로 한 것이다.11월 판매량이 작년 동기보다 14.9% 줄어든 미국 시장에서도 현대차는 가격 인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원화강세 탓이다.

중국과 인도에서는 '원고-엔저'로 느긋해진 도요타 등 일본업체들이 현대차를 따라잡기 위해 대공세에 나서고 있다.국내로 눈을 돌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잦은 파업으로 신차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지난달까지 판매량이 52만대에 그쳐 연초 세운 판매 목표(63만대) 달성은 이미 물건너 갔다.

현대차 노조가 올 들어 춘투(春鬪) 하투(夏鬪) 추투(秋鬪)에 이어 동투(冬鬪)에 나서는 등 '상시 파업투쟁'에 골몰하는 동안 현대차의 국내외 입지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해외에서 악전고투하는 현대차

우선 현대차의 황금시장이었던 인도와 중국시장이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변했다.

경쟁사들이 앞다퉈 투자를 늘리고 판촉활동을 강화하는 등 공세를 펼치면서부터다.현대차는 원자재값 부담 때문에 연말까지 쌍트로(아토즈) 겟츠 쏘나타 베르나 등 인도에서 판매 중인 전 모델의 판매가격을 최고 1만5000루피까지 인상키로 했다.

지난 7월에도 최고 2만6000루피까지 가격을 올린 적이 있다.

이렇게 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GM이 내년에 쌍트로의 맞수인 마티즈를 투입하고 도요타도 소형차 야리스를 2008년부터 선보이는 등 경쟁사들은 벌써부터 '현대차 밀어내기'를 벼르고 있다.

공급 과잉 상태를 맞은 중국에서는 이미 '출혈 경쟁'이 한창이다.

베이징현대차는 판매가 인하와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지난 3분기 베이징현대차의 순이익은 200억원대로 1분기(536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미국시장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차의 미국판매법인인 현대모터아메리카(HMA)의 판매량은 지난 7월 4만7205대로 정점에 오른 뒤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감소했다.

국내 공장의 파업 여파로 신형 아반떼 공급이 차질을 빚은 것도 판매량 감소 요인 중 하나다.

반면 도요타는 지난달 판매량을 작년 동기보다 15.9% 늘렸다.

현대차는 유럽에서도 '후진'중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량이 37만2382대로 작년 동기보다 0.7% 줄었다.

대신증권 양시형 연구원은 "원·엔환율이 과거 10 대 1에서 8 대 1 수준으로 대폭 절상돼 현대차가 해외 시장에서 최악의 환경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틀에 한 번꼴로 파업

사정이 이런데도 현대차 노조는 명분없는 정치파업으로 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1월15일부터 이날까지 16일(휴일제외) 동안 8회나 파업을 벌였다.

그것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및 비정규직 법안 반대 등 정치적 사안을 명분으로 내걸었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지난 2~4월,6~7월에도 파업을 벌였다.

조업일수를 기준으로 33일이다.

이달 들어서도 사흘째 파업을 강행했다.

정상조업을 한 날은 지난 4일 하루뿐이다.

민주노총 총파업이 있었던 지난달 22일부터는 오전에 잠시 출근했다가 오후가 되면 퇴근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현대차는 올 들어 각종 파업으로 11만5124대의 생산 차질과 1조5907억원의 생산 손실을 입었다.

2003년의 파업 손실액(1조3106억원)을 훨씬 넘는 역대 최고치다.

현대차 관계자는 "임금이나 근로조건 때문에 파업을 한다면 대화 제의라도 해보겠는데 회사 입장에서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는 정치 문제를 갖고 파업을 벌이니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파업은 현장 조합원들의 지지도 얻지 못하고 있다.현대차 울산공장 관계자는 "왜 회사와 상관없는 문제로 파업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조합원들이 많다"며 "노조 간부들이 생산라인을 돌아다니며 파업 참여를 호소하는 모습도 눈에 자주 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건호·유승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