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나는 서투름의 정겨움 ‥ 시인 김사인씨 산문집 '따뜻한 밥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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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잠을 못 이루는 분,화물차 운전기사,야간 경비원,중학생,할아버지 등의 사연과 함께하면서 따뜻한 밥 한 그릇씩 지어올리고 싶었습니다.
이번 책은 매일 밤 방송 첫머리에 그분들께 드렸던 수인사를 엮은 것이지요."불교방송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살며 생각하며'를 진행 중인 시인 김사인씨(51)가 지난 겨울과 봄 방송에서 들머리 인사말로 건넨 얘기들을 산문집 '따뜻한 밥 한 그릇'(큰나)으로 묶어냈다.
남이 써준 오프닝 멘트 원고가 아니라 그날그날 스튜디오에 앉기 전에 직접 쓴 글들이다.
단정한 붓글씨의 친필 제자(題字)에서도 그의 성정과 훈훈함이 묻어난다.지난해 현대문학상에 이어 올해 대산문학상까지 받은 그는 평소 말수가 적고 느린 데다 좀체 남 앞에 나서지 않는 사람.얼마 전 펴낸 시집 제목처럼 '가만히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그가 조용조용 들려주는 우리네 삶의 사연들은 더없이 다정하고 섬세하다.
그 조각들은 '쑥스러움을 무마하기 위한 싱거운 한마디'이거나 '사는 일의 고달픔에 대한 투정'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멋대로 굴러가는 세상을 향해 부리는 어깃장'의 날카로움까지 지녔다.'국밥집 풍경'에는 반찬을 안주 삼아 두 병째 소주를 비우고 있는 허름한 차림의 중년 남자 얘기가 나온다.
주인 할머니는 "무슨 술을 또 퍼마시느냐"고 핀잔을 주면서도 국 한 그릇을 더 퍼준다.
그 광경을 보며 "두 분이 주고받는 이야기 사이로 오가는 그 무엇이 어찌나 따뜻하고 부럽던지 좀 더 그분들 가까이에 있고 싶어 일부러 밥을 천천히 먹었다"고 그는 고백한다.어느날 낮에는 잠깐 짬을 내 도봉산 자락을 걸었다며 "바위와 나무들이 흰 눈을 쓴 채 깊은 묵상에 든 듯했는데 혹한과 죽음을 건너가는 섭리가 겨울산의 깊은 잠,깊은 명상 속에 있음을 보고 돌아왔다"고 전한다.
정지선을 못 맞춰 슬금슬금 뒷걸음질하는 지하철을 보고는 "때로 그런 다소의 어수룩함과 서투름 쪽에서 인간의 냄새와 온기를 느끼게 된다"며 '서투름의 정겨움'을 되짚는다.
원로 사진작가 신철균씨의 사람 냄새 나는 사진들이 곁들여 있어 생각의 깊이와 너비를 더하는 책.시각장애인용 음성도서로도 만들어지고 판매 수익금 중 2%는 밥퍼나눔운동(다일공동체)에 기부된다.272쪽,9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이번 책은 매일 밤 방송 첫머리에 그분들께 드렸던 수인사를 엮은 것이지요."불교방송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살며 생각하며'를 진행 중인 시인 김사인씨(51)가 지난 겨울과 봄 방송에서 들머리 인사말로 건넨 얘기들을 산문집 '따뜻한 밥 한 그릇'(큰나)으로 묶어냈다.
남이 써준 오프닝 멘트 원고가 아니라 그날그날 스튜디오에 앉기 전에 직접 쓴 글들이다.
단정한 붓글씨의 친필 제자(題字)에서도 그의 성정과 훈훈함이 묻어난다.지난해 현대문학상에 이어 올해 대산문학상까지 받은 그는 평소 말수가 적고 느린 데다 좀체 남 앞에 나서지 않는 사람.얼마 전 펴낸 시집 제목처럼 '가만히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그가 조용조용 들려주는 우리네 삶의 사연들은 더없이 다정하고 섬세하다.
그 조각들은 '쑥스러움을 무마하기 위한 싱거운 한마디'이거나 '사는 일의 고달픔에 대한 투정'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멋대로 굴러가는 세상을 향해 부리는 어깃장'의 날카로움까지 지녔다.'국밥집 풍경'에는 반찬을 안주 삼아 두 병째 소주를 비우고 있는 허름한 차림의 중년 남자 얘기가 나온다.
주인 할머니는 "무슨 술을 또 퍼마시느냐"고 핀잔을 주면서도 국 한 그릇을 더 퍼준다.
그 광경을 보며 "두 분이 주고받는 이야기 사이로 오가는 그 무엇이 어찌나 따뜻하고 부럽던지 좀 더 그분들 가까이에 있고 싶어 일부러 밥을 천천히 먹었다"고 그는 고백한다.어느날 낮에는 잠깐 짬을 내 도봉산 자락을 걸었다며 "바위와 나무들이 흰 눈을 쓴 채 깊은 묵상에 든 듯했는데 혹한과 죽음을 건너가는 섭리가 겨울산의 깊은 잠,깊은 명상 속에 있음을 보고 돌아왔다"고 전한다.
정지선을 못 맞춰 슬금슬금 뒷걸음질하는 지하철을 보고는 "때로 그런 다소의 어수룩함과 서투름 쪽에서 인간의 냄새와 온기를 느끼게 된다"며 '서투름의 정겨움'을 되짚는다.
원로 사진작가 신철균씨의 사람 냄새 나는 사진들이 곁들여 있어 생각의 깊이와 너비를 더하는 책.시각장애인용 음성도서로도 만들어지고 판매 수익금 중 2%는 밥퍼나눔운동(다일공동체)에 기부된다.272쪽,9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