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경제인 빠진 가석방

법무부가 21일 발표한 성탄절 모범 수형자 가석방 명단 724명 중에는 주요 경제인들 면면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경제인 특별사면도 '예상대로' 없었다.법무부는 이번 가석방에 대해 "생업이 보장되거나 가족의 보호관계가 양호한 수형자들을 대상으로 했다"고 설명한다.

재범이 우려되거나 고질적인 민생침해 사범도 가석방에서 제외됐다.

반면 '민생침해 사범도 아니고 재범 우려가 적다'는 가석방 기준을 충족하는 경제사범들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가석방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현재 경제상황은 '연말특수'마저 사라진 최악의 국면이다.

침체된 기업 분위기를 되살리고 경기회복을 위해 사면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일찍부터 형성돼 있었다.

이를 반영하듯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는 불법정치자금과 과거 분식회계 등과 관련된 기업인들의 특별사면을 청와대에 청원했지만 결국 답신을 받지 못했다.김성호 법무부장관은 "내년 2∼3월에야 사면이 가능하다"는 입장이고,청와대는 "경제인의 사면기준과 대상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뜸을 들이고 있다.

연기된 특별사면은 내년 2월 열린우리당의 전당대회나 노무현 대통령 취임 4주년을 즈음해 집권 마지막 해를 빛내는 '행사'로 진행될 것으로 점치는 시각이 많다.

역사학자 브라이언 맥나이트에 따르면 사면은 통치자의 자비심을 드러낼 뿐 아니라 정적들을 모두 없애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정적과 피치자들을 모두 포용,그들의 협력을 구하면서 사회안정을 꾀하는 정교한 도구로 수천년간 활용돼 왔다.물론 지은 죄에 대한 죄과는 치러야 하고 경제인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경제인 사면의 효과가 크고 공감대도 높다면 단기적인 정치적 고려 때문에 사면과 가석방을 미룬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사면이 사면받는 대상의 협력을 끌어내고 사회를 안정시키는데 의미가 있다면 이번 '핵심이 빠진'가석방 조치와 내년으로 연기된 사면을 통해 과연 얼마나 많은 재계의 협력이 나올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김동욱 사회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