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ㆍ박수근 그림 재감정 … "다른 작가로 확대되나" 긴장

이중섭ㆍ박수근 화백의 위작으로 의심되는 그림 2600여점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검찰이 미술품 감정전문기관에 의뢰해 전면 재감정을 실시키로 했다.

이에 따라 유망 투자 아이템으로 주목받아 최근 활기를 띠기 시작했던 미술품시장이 또 다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특히 검찰의 수사방향이 위작 여부뿐만 아니라 위작 주체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여 파장이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검찰이 압수한 이중섭ㆍ박수근 화백의 그림 가운데 혹시 진본이 섞여 있을지 몰라 2005년 김용수씨(69·한국고서 연구회 명예회장) 등으로부터 압수한 2600여점 그림을 외부 기관에 의뢰해 진위를 판단하고 위작 주체를 수사할 방침"이라고 5일 밝혔다.

검찰은 2005년 10월 이중섭ㆍ박수근 화백 그림과 관련된 명예훼손 고소 사건을 처리하면서 두 화백 그림 58점에 대해 "위작이 확실시된다"고 평가한 바 있다.검찰은 감정 결과 위작으로 판명되는 그림은 모두 폐기처분할 방침이다.

검찰의 이번 조사는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는 미술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컬렉터들이 숨을 죽이고,이는 시장위축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미술계에서는 작품 2600여점에 대한 위작 여부 조사보다는 위작 주체 수사가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위작 주체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가짜 미술품의 제작 및 유통 경로가 밝혀질 경우 이중섭·박수근 이외 작품에까지 파문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에만도 변시지 화백의 '제주풍경',해공 신익희 선생의 휘호 '동지상모(同智相謨)',도상봉 화백의 '라일락 꽃',천경자의 '미인도' 등 위작 여부가 가려지지 않은 작품들이 있고 고미술품의 경우 위작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윤철규 서울옥션 대표는 "박수근 이중섭 작품 재감정을 계기로 위작 수사가 확대되면 지난해부터 기지개를 켜는 미술시장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우찬규 학고재화랑 대표는 "박수근 이중섭 위작 시비 여파는 시장에 이미 반영됐기 때문에 이번 재감정에서 위작으로 판명난다 해도 큰 파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검찰이 위작수사를 다른 작가로까지 확대하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 검찰 어떻게 감정하나

이번 재감정에는 그림에 쓰인 안료의 미세량을 채취해 채색 연대를 밝히는 방법과 화지 절단면의 산화 정도를 측정해 종이 제작 연대를 추정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재작년 수사 때 사용되지 않았던 새로운 방법을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검찰의 한 관계자는 "2005년 서울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사용했던 종이 탄소연대 측정과 안목ㆍ필적 감정방식보다 더 과학적인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갑·김동욱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