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사람] 정밀금형 선두주자 권오근 재영솔루텍 사장

권오근 재영솔루텍 사장(53)은 한 직장에서만 28년째 근무하며 회사를 최고의 정밀금형 업체로 키운 엔지니어다.

지난해 9월 사장에 올라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샐러리맨의 선망이 되기도 했지만 타고난 '쟁이'기질은 지금도 여전하다.권 사장은 입사 후 일반 금형제품을 만들어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회사 사업방향을 정밀금형 분야로 바꾼 주역이다.

그는 이후 1995년에 오디오테이프 케이스 대량 생산 시스템을 개발해 이 분야 선도기업으로 발돋움시켰고 2001년에는 반도체 버닝 테스트기를 개발하는 등 잇따라 정밀금형 분야에서 대형사고(?)를 치며 국내 금형업계를 이끌어왔다.

그가 이번에 또 '사고'를 쳤다.국내 삼성테크윈과 일본 독일 등 몇몇 기업에서만 보유하고 있는 비구면 유리렌즈 양산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권 사장은 "광학기술 대표 기업인 일본의 호야와 한 판 붙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개발한 비구면 유리렌즈는 휴대폰 카메라 모듈에 쓰이는 초소형 렌즈다.

작은 것은 지름이 2~3㎜ 안팎에 불과하지만 선명하고 또렷한 화상을 잡아낸다.기존 휴대폰 카메라에는 플라스틱 렌즈가 쓰여 화질이 떨어지고 번짐 현상이 많았다.

따라서 "휴대폰 카메라가 200만화소를 넘어가는 시대에 플라스틱 렌즈를 사용하는 것은 벤츠에 자전거 바퀴를 달아놓은 것처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권 사장의 설명이다.

권 사장이 이 기술 개발에 뛰어든 것은 5년 전.휴대폰 카메라는 플라스틱 렌즈로만 만들어야 한다던 때다.하지만 선명도 때문에 결국 유리 렌즈로 대체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당시 국내에는 초소형 유리렌즈 생산 기술이 전무해 기술개발 관련 자료를 수집할 수도 없었고 개발 인력을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권 사장은 "일년에 서너 달씩 일본과 독일 등에서 살다시피하며 눈동냥으로 어깨넘어 기술을 배우고 인력을 스카우트해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권 사장의 고집으로 비구면 유리렌즈 생산 기술을 확보한 재영솔루텍은 작년 9월 인천 송도신도시에 월 200만개의 렌즈를 생산할 수 있는 3600평 규모의 R&D허브센터(JDH)를 설립하고 양산에 들어갔다.

첫 양산에 나서는 올해 유리렌즈로만 약 4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다.

유리 렌즈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권사장은 매일 출근하자마자 생산라인부터 둘러본다. 그는 2010년 유리렌즈로만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휴대폰과 자동차는 물론 휴대용PC MP3플레이어 PMP 등 각종 디지털기기의 기본 사양으로 카메라가 장착될 날이 머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그는 "최근 독일 모터쇼에 나오는 고급 자동차들은 12~16개의 카메라가 앞 뒤 옆 모서리 등 곳곳에 부착될 정도로 광학사업의 성장성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권 사장은 한평생을 몸바쳐온 재영솔루텍에 대해 "아직 100점 만점에 50점 수준"이라고 박하게 평가했다.세계 최고의 정밀금형 업체가 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