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재계 인사의 新비즈니스 명소‥그곳에 가면 '특별함'이 있다

지난 15일 A그룹 오너 2세인 B부사장이 지인들과 만나기 위해 롯데호텔을 찾았다.

그의 행선지는 신관 14층 로비.호텔 정면에서 왼쪽으로 본관 메인 로비에서 멀찌감치 있는 1층 출입구로 들어선 그는 10m쯤 떨어진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잠시 후 그가 닿은 14층 로비엔 외국인 투숙객 한두 명만 보일 뿐이었다.

호텔 입구에서 이곳까지 걸린 시간은 약 1분.그의 동선에 다른 사람의 시선이 닿을 기회는 거의 없었다.

롯데호텔 신관 14층이 정·관·재계 유력 인사들의 '밀담(密談)'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지난해 5월 말 객실을 허물고 네 개의 비즈니스 전용 룸으로 새단장한 이래 거의 매일 예약이 찬다.

국내에선 보기 드문 고층형 로비여서 객실 투숙객 외에는 일반인의 접근이 어렵다는 점이 주요 인사들의 발길을 끌고 있는 것.

◆고층 로비,세계 호텔업계 트렌드롯데호텔 신관 14층 로비의 성공 비결은 '특별함'에 있다.

먼저 인테리어에 남다른 공을 들였다.

리뉴얼에 30억원을 들이면서 장식용 책값으로만 3억원을 투입했다.주한 외교사절과 정치인,고위 공무원과 재계 인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카페 '살롱 드 떼'에는 권당 평균 15만원짜리 책 2600여권이 꽂혀 있다.

최고 60만원짜리 책도 있다.

건축,예술,보석 및 도자기 등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책이 많아 관련 학계 교수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고층 로비를 서재형으로 꾸민 도쿄의 파크하얏트 호텔 등을 참고한 것"이라며 "이 같은 서재형 고층 로비가 요즘 글로벌 호텔 업계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룸 예약은 하루에 한 건만 받아 고객이 서로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호텔의 레스토랑이나 커피숍은 문턱이 낮아져 얼굴이 알려진 저명인사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했다"며 "롯데호텔은 이로 인한 틈새시장을 성공적으로 파고 든 셈"이라고 말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이용료는 한 시간(6인실 기준)에 6만원(종일 40만원)에 불과하다"며 "당장의 수익은 크지 않지만 여론 주도층에 인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강남에선 파크하얏트,임페리얼 팰리스 인기

서울 파크하얏트 호텔도 로비를 24층에 둬 주요 인사들의 밀담 장소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국까르푸 인수를 놓고 대형 유통업체들의 탐색전이 한창이던 작년 3월 말,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영국 본사 테리 리히(Terry Leahy) 회장이 극비리에 한국을 찾았을 때 이곳에서 '비밀 회의'를 열었다.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은 국회의원들의 밀담 장소로 유명하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도심의 특급호텔과 달리 유명세가 덜하며,언론사 기자들의 출입이 거의 없다는 점도 매력"이라고 귀띔했다.

연회비와 보증금을 내고 가입하는 멤버십 클럽도 유력 인사들의 사교 모임 장소로 활용된다.

지난 1월 롯데호텔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건'에서 모습을 비쳤던 한명숙 총리는 롯데호텔의 멤버십 클럽인 '메트로폴리탄'을 종종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의 가입비는 개인의 경우 기명카드로 연회비 48만원,보증금 800만원 정도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