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이젠 '생존위한 필수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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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국립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고 있는 박재우씨(34).2년 전 휴직한 박씨가 이곳에서 공부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희소성' 때문이다.
그는 "수많은 한국 사람이 이미 미국의 유명 MBA스쿨을 졸업했고 앞으로도 졸업할 예정"이라며 "같은 배에 타기보다 차별화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그는 졸업 후 동남아시아 비즈니스 전문가가 되는 게 목표다.
지난해 40대 초반의 나이에 유럽지역 MBA 과정에 입학한 대기업 김모 팀장.그는 보험에 가입한 기분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김 팀장은 "솔직히 40대 이후에는 언제 회사를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게 현실 아니냐"며 "이럴 때 MBA 자격증 하나 있으면 다른 일자리 찾기도 쉽고 마음도 든든하다"고 말했다.직장인들의 MBA 진학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수년간 MBA는 '억대연봉'을 꿈꾸며 다국적 투자은행이나 컨설팅회사에 들어가려는 소수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종신고용이 사라지고 글로벌 인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장기적인 경력 관리나 고용 불안에 대비한 '안전판'으로 MBA를 생각하는 직장인이 많아졌다.당장의 고액 연봉이 아니라 자기 계발 차원에서 MBA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직장인의 MBA스쿨 선택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과거 MBA 지원자들은 하버드 와튼 MIT 등 미국의 톱10(상위 10위 이내) 스쿨만 고집했다.다국적 투자은행이나 컨설팅회사에 들어가려면 이들 대학의 졸업장이 필수였기 때문이다.
최근 MBA 지원자가 다시 증가하면서 톱50까지 지원 범위가 넓어졌다.
미국 외에 유럽이나 중국 싱가포르 등으로 방향을 트는 경우도 늘고 있다.
유럽은 1년짜리 코스가 많아 단기간에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중국이나 싱가포르는 물가가 싸고 지역적 특색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국내 MBA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지난해 9월 새로 문을 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서강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7개 MBA 과정에만 707명의 신입생이 몰렸다.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학장은 "외국 MBA와 달리 '한국 전문가'를 길러낼 수 있다는 게 토종 MBA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MBA 진학 컨설팅업체인 JCMBA의 정병찬 사장은 "과거 MBA는 고액 연봉을 노리는 소수의 선택 수단이었지만 요즘 MBA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다수의 생존 전략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 경영대학원 대표들로 구성된 '경영대학원 입학허가위원회(GMAC)'에 따르면 MBA 입학을 위한 수능시험격인 GMAT에 응시하는 한국인 수도 최근 들어 다시 증가하고 있다.
희소성이 떨어지면서 2003년 하반기부터 2005년 상반기까지 응시자가 크게 줄어 한 해 6500명이 채 안 됐다.
그러다가 최근(2005년 7월~2006년 6월) 6977명으로 1년 전(2004년 7월~2005년 6월)보다 9.5%,605명 증가했다.
고용 불안이 심화되면서 개인 차원의 지원이 늘어난 데다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삼성 LG 등 대기업은 물론 공공기관까지 자사 직원들을 MBA에 보낸 데 따른 결과다.
GMAT 응시자를 국가별로 보면 미국(11만696명) 인도(1만6541명)와 중국(1만142명)에 이어 세계 4위다.
MBA에 대한 대우는 예전만 못 하다.
H그룹 인사 담당자는 "채용 시 MBA 기간만 경력으로 인정할 뿐 다른 직원에 비해 연봉을 더 쳐주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취업 포털 업체인 잡코리아의 정유민 상무는 "MBA 졸업장이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실무 일을 할 때가 아니라 임원이나 매니저 때"라며 "그나마 MBA 졸업장이 아니라 업무능력이 얼마나 뒷받침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MBA 졸업자에 대한 특급대우가 없어짐에 따라 공부하느라 쏟아부은 돈을 단기간에 회수하기는 힘들어졌다.
미국 MIT MBA 출신인 방모씨(36)는 "2년간의 MBA 과정을 밟는 동안 학비와 생활비로 1억8000만원을 썼는데 졸업 후 모 대기업에 입사할 때 별도의 연봉 프리미엄 없이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연봉 외에 계약할 때 별도로 주는 특별 보너스)로 3000만원만 받았다"며 "소수의 직장을 제외하고는 주판만 두드려서는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MBA 출신들은 여전히 MBA의 장점이 많다고 말한다.
지난해 미국 미시간대 MBA를 졸업한 이모씨(39)는 "외국 우수 학생과의 교류를 통한 국제 인맥 형성이나 세계적 대학에서 세계적 인재들과 경쟁해 살아남았다는 자신감이야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MBA의 최대 성과"라고 주장했다.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그는 "수많은 한국 사람이 이미 미국의 유명 MBA스쿨을 졸업했고 앞으로도 졸업할 예정"이라며 "같은 배에 타기보다 차별화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그는 졸업 후 동남아시아 비즈니스 전문가가 되는 게 목표다.
지난해 40대 초반의 나이에 유럽지역 MBA 과정에 입학한 대기업 김모 팀장.그는 보험에 가입한 기분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김 팀장은 "솔직히 40대 이후에는 언제 회사를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게 현실 아니냐"며 "이럴 때 MBA 자격증 하나 있으면 다른 일자리 찾기도 쉽고 마음도 든든하다"고 말했다.직장인들의 MBA 진학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수년간 MBA는 '억대연봉'을 꿈꾸며 다국적 투자은행이나 컨설팅회사에 들어가려는 소수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종신고용이 사라지고 글로벌 인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장기적인 경력 관리나 고용 불안에 대비한 '안전판'으로 MBA를 생각하는 직장인이 많아졌다.당장의 고액 연봉이 아니라 자기 계발 차원에서 MBA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직장인의 MBA스쿨 선택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과거 MBA 지원자들은 하버드 와튼 MIT 등 미국의 톱10(상위 10위 이내) 스쿨만 고집했다.다국적 투자은행이나 컨설팅회사에 들어가려면 이들 대학의 졸업장이 필수였기 때문이다.
최근 MBA 지원자가 다시 증가하면서 톱50까지 지원 범위가 넓어졌다.
미국 외에 유럽이나 중국 싱가포르 등으로 방향을 트는 경우도 늘고 있다.
유럽은 1년짜리 코스가 많아 단기간에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중국이나 싱가포르는 물가가 싸고 지역적 특색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국내 MBA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지난해 9월 새로 문을 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서강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7개 MBA 과정에만 707명의 신입생이 몰렸다.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학장은 "외국 MBA와 달리 '한국 전문가'를 길러낼 수 있다는 게 토종 MBA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MBA 진학 컨설팅업체인 JCMBA의 정병찬 사장은 "과거 MBA는 고액 연봉을 노리는 소수의 선택 수단이었지만 요즘 MBA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다수의 생존 전략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 경영대학원 대표들로 구성된 '경영대학원 입학허가위원회(GMAC)'에 따르면 MBA 입학을 위한 수능시험격인 GMAT에 응시하는 한국인 수도 최근 들어 다시 증가하고 있다.
희소성이 떨어지면서 2003년 하반기부터 2005년 상반기까지 응시자가 크게 줄어 한 해 6500명이 채 안 됐다.
그러다가 최근(2005년 7월~2006년 6월) 6977명으로 1년 전(2004년 7월~2005년 6월)보다 9.5%,605명 증가했다.
고용 불안이 심화되면서 개인 차원의 지원이 늘어난 데다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삼성 LG 등 대기업은 물론 공공기관까지 자사 직원들을 MBA에 보낸 데 따른 결과다.
GMAT 응시자를 국가별로 보면 미국(11만696명) 인도(1만6541명)와 중국(1만142명)에 이어 세계 4위다.
MBA에 대한 대우는 예전만 못 하다.
H그룹 인사 담당자는 "채용 시 MBA 기간만 경력으로 인정할 뿐 다른 직원에 비해 연봉을 더 쳐주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취업 포털 업체인 잡코리아의 정유민 상무는 "MBA 졸업장이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실무 일을 할 때가 아니라 임원이나 매니저 때"라며 "그나마 MBA 졸업장이 아니라 업무능력이 얼마나 뒷받침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MBA 졸업자에 대한 특급대우가 없어짐에 따라 공부하느라 쏟아부은 돈을 단기간에 회수하기는 힘들어졌다.
미국 MIT MBA 출신인 방모씨(36)는 "2년간의 MBA 과정을 밟는 동안 학비와 생활비로 1억8000만원을 썼는데 졸업 후 모 대기업에 입사할 때 별도의 연봉 프리미엄 없이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연봉 외에 계약할 때 별도로 주는 특별 보너스)로 3000만원만 받았다"며 "소수의 직장을 제외하고는 주판만 두드려서는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MBA 출신들은 여전히 MBA의 장점이 많다고 말한다.
지난해 미국 미시간대 MBA를 졸업한 이모씨(39)는 "외국 우수 학생과의 교류를 통한 국제 인맥 형성이나 세계적 대학에서 세계적 인재들과 경쟁해 살아남았다는 자신감이야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MBA의 최대 성과"라고 주장했다.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