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비중 5% 뿐인데… 백화점 명품 유치전쟁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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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들의 '명품 유치 전쟁'이 뜨겁다.
지난달 28일 신세계 본점 본관이 명품 전용관으로 새단장을 하면서 롯데 에비뉴엘,갤러리아 압구정점을 포함,서울에만 백화점 명품관이 3곳에 달하게 됐다.백화점들은 명품업체로부터 받는 매출 수수료를 더 낮추고,입점시 매장 인테리어 비용까지 부담하겠다고 할 정도로 명품 브랜드에 한껏 몸을 낮추고 있다.
백화점들이 연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안팎에 불과한 명품에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명품은 백화점의 얼굴을 빛내주는 값비싼 화장품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명품 자체만 놓고 보면 돈 안되는 장사지만 유명세를 탄 명품을 유치해 '얼굴을 치장할수록' 고객의 지갑을 열기가 쉽다는 설명이다.
◆명품은 VIP 지갑 열기 위한 '미끼'
백화점이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를 통해 얻는 직접적인 이익은 그리 크지 않다.예컨대 11일 현재 롯데백화점 23개점에 입점해 있는 18개 명품 브랜드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다.
현대,신세계백화점 역시 5∼8% 수준이다.
국내 브랜드와의 매출을 비교해 보면 이 같은 사실이 더 확연해진다.롯데백화점 본점에 입점해 있는 패션 명품 가운데 3위사인 버버리의 지난해 매출은 30억원.이에 비해 국내 유명 브랜드인 '타임'은 41억원어치를 판 것으로 나타났다.
1위인 '루이비통'도 월 평균 5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로부터 받는 매출 수수료는 10%대로 국내 브랜드(20∼30% 수준)보다 훨씬 낮다"며 "백화점 입장에서 명품 장사는 남는 게 별로 없는 셈"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오일균 갤러리아백화점 상무는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며 "백화점이 얻고자 하는 것은 명품 후광 효과"라고 지적했다.
'럭셔리 백화점'으로 차별화해야 고소득 계층을 유치할 수 있는데 백화점 고급화에는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의 이미지를 빌리는 것만큼 효과적인 수단이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연간 1200만원 이상 구매 실적이 있는 우수고객(자스민+플래티늄 회원)의 지난해 카드 매출을 분석한 결과 21%가 명품 브랜드를 구입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수회원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명품으로 고소득층 소비자의 발길을 붙잡고,그들이 매출의 상당부분을 일으켜주도록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명품에도 등급이 있다
할인제품의 존재 여부에 따라 명품의 등급이 갈린다.
갤러리아 명품관에 입점해 있는 매출 상위 15개 브랜드 중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카르티에,티파니,불가리 등은 할인제품이 나돌지 않는다.
해당 브랜드가 '그레이 마켓(gray market,정식 수입 판매 시장과 암시장의 중간 단계인 병행 수입 시장)'의 형성을 원천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이나 직영 로드숍을 통해 정가를 주고 살 수 밖에 없는 것.
반면 이를 제외한 대다수의 명품 브랜드 제품은 그레이 마켓을 통해 정가보다 20~30%까지 싸게 살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본사와의 정식 수입판권 계약을 맺지 않은 업체라도 해외 판매 대행사,명품 아울렛 등을 통한 우회 경로로 명품을 들여 올 수 있는 것.병행 수입 업체들은 유통 마진과 백화점 수수료 등을 아껴 제품값을 낮춘다.
서울 강남의 뉴코아아울렛에서 구치 프라다 페라가모 아르마니 등의 제품을 백화점 정상가보다 20~30% 싸게 파는 것은 이랜드 그룹이 각국 판매 대행사를 통해 재고 상품,아울렛 상품 등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압구정동 청담동 일대에 몰려 있는 명품 편집매장들도 이런 유통경로를 통해 구색을 갖춘다.
그러나 루이비통 등은 해외에 판매 대행사를 두지 않는 데다 '노(no) 세일''노 아울렛'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면세점의 정기 바겐세일이나 VIP카드 할인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게 보통이다.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좀처럼 없다보니 관세청 압수 물품을 정가보다 10~20% 싸게 파는 서울 논현동 세관위탁물품판매소에도 이들 브랜드 제품은 나오자마자 팔려나간다.
백화점이나 직영 로드숍에서 산 제품이 아니면 짝퉁이거나 중고라는 얘기다.이 때문에 백화점들은 명품 가운데서도 유독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 프레스티지 명품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박동휘/차기현 기자 donghuip@hankyung.com
지난달 28일 신세계 본점 본관이 명품 전용관으로 새단장을 하면서 롯데 에비뉴엘,갤러리아 압구정점을 포함,서울에만 백화점 명품관이 3곳에 달하게 됐다.백화점들은 명품업체로부터 받는 매출 수수료를 더 낮추고,입점시 매장 인테리어 비용까지 부담하겠다고 할 정도로 명품 브랜드에 한껏 몸을 낮추고 있다.
백화점들이 연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안팎에 불과한 명품에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명품은 백화점의 얼굴을 빛내주는 값비싼 화장품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명품 자체만 놓고 보면 돈 안되는 장사지만 유명세를 탄 명품을 유치해 '얼굴을 치장할수록' 고객의 지갑을 열기가 쉽다는 설명이다.
◆명품은 VIP 지갑 열기 위한 '미끼'
백화점이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를 통해 얻는 직접적인 이익은 그리 크지 않다.예컨대 11일 현재 롯데백화점 23개점에 입점해 있는 18개 명품 브랜드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다.
현대,신세계백화점 역시 5∼8% 수준이다.
국내 브랜드와의 매출을 비교해 보면 이 같은 사실이 더 확연해진다.롯데백화점 본점에 입점해 있는 패션 명품 가운데 3위사인 버버리의 지난해 매출은 30억원.이에 비해 국내 유명 브랜드인 '타임'은 41억원어치를 판 것으로 나타났다.
1위인 '루이비통'도 월 평균 5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로부터 받는 매출 수수료는 10%대로 국내 브랜드(20∼30% 수준)보다 훨씬 낮다"며 "백화점 입장에서 명품 장사는 남는 게 별로 없는 셈"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오일균 갤러리아백화점 상무는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며 "백화점이 얻고자 하는 것은 명품 후광 효과"라고 지적했다.
'럭셔리 백화점'으로 차별화해야 고소득 계층을 유치할 수 있는데 백화점 고급화에는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의 이미지를 빌리는 것만큼 효과적인 수단이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연간 1200만원 이상 구매 실적이 있는 우수고객(자스민+플래티늄 회원)의 지난해 카드 매출을 분석한 결과 21%가 명품 브랜드를 구입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수회원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명품으로 고소득층 소비자의 발길을 붙잡고,그들이 매출의 상당부분을 일으켜주도록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명품에도 등급이 있다
할인제품의 존재 여부에 따라 명품의 등급이 갈린다.
갤러리아 명품관에 입점해 있는 매출 상위 15개 브랜드 중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카르티에,티파니,불가리 등은 할인제품이 나돌지 않는다.
해당 브랜드가 '그레이 마켓(gray market,정식 수입 판매 시장과 암시장의 중간 단계인 병행 수입 시장)'의 형성을 원천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이나 직영 로드숍을 통해 정가를 주고 살 수 밖에 없는 것.
반면 이를 제외한 대다수의 명품 브랜드 제품은 그레이 마켓을 통해 정가보다 20~30%까지 싸게 살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본사와의 정식 수입판권 계약을 맺지 않은 업체라도 해외 판매 대행사,명품 아울렛 등을 통한 우회 경로로 명품을 들여 올 수 있는 것.병행 수입 업체들은 유통 마진과 백화점 수수료 등을 아껴 제품값을 낮춘다.
서울 강남의 뉴코아아울렛에서 구치 프라다 페라가모 아르마니 등의 제품을 백화점 정상가보다 20~30% 싸게 파는 것은 이랜드 그룹이 각국 판매 대행사를 통해 재고 상품,아울렛 상품 등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압구정동 청담동 일대에 몰려 있는 명품 편집매장들도 이런 유통경로를 통해 구색을 갖춘다.
그러나 루이비통 등은 해외에 판매 대행사를 두지 않는 데다 '노(no) 세일''노 아울렛'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면세점의 정기 바겐세일이나 VIP카드 할인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게 보통이다.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좀처럼 없다보니 관세청 압수 물품을 정가보다 10~20% 싸게 파는 서울 논현동 세관위탁물품판매소에도 이들 브랜드 제품은 나오자마자 팔려나간다.
백화점이나 직영 로드숍에서 산 제품이 아니면 짝퉁이거나 중고라는 얘기다.이 때문에 백화점들은 명품 가운데서도 유독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 프레스티지 명품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박동휘/차기현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