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목도리녀'는 대학생 김지은씨

"그 땐 할아버지에게 드릴 수 있는 게 목도리밖에 없었던 걸요"

노숙자에게 자신의 목도리를 벗어 주는 장면이 우연히 한 아마추어 사진가에 의해 촬영돼 인터넷에서 `서울역 목도리녀'라는 별명까지 얻은 젊은 여성은 홍익대 4학년에 재학중인 김지은(24.여)씨로 밝혀졌다.이 사실은 인터넷에 오른 화제의 사진에서 김씨를 알아본 친구가 학교 홈페이지에 선행의 주인공이 바로 김씨라는 글을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18일 김씨에 따르면 그가 사진 속 노숙자 할아버지를 만난 건 지난 3일 저녁.
혼자 사는 그는 물건을 사러 서울 용산구 동자동 집을 나서 길을 걷다가 제대로 걸을 수 없는지 앉은 채로 어디론가 힘겹게 기어가는 할아버지를 목격했다.

`막걸리를 사러 간다'는 말을 듣고 김씨는 대신 근처 편의점으로 가 할아버지가 원하는 막걸리와 함께 빵과 음료수를 사다 드렸다.김씨는 "술만 드시면 안 될 것 같아서 빵하고 마실 것을 같이 사다드렸는데 할아버지가 양말 속에서 꺼내 준 2천원은 차마 쓸 수 없어서 다시 돌려드렸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자신이 사다 준 빵을 먹는 동안 한참을 자리를 떠나지 않고 할아버지의 사연을 들었다고 한다.

"30년 전에 집을 나오셨다는데도 주소를 정확히 기억하시더라구요.번듯하게 사는 딸도 있으시다는데 제가 자기 딸과 많이 닮았데요.

무슨 사고인지 말씀은 안 하시는 데 몇 달전에 사고를 당해서 제대로 걸을 수 없는 몸인데도 지하도에서 주무신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안쓰러웠어요"
김씨는 또 "날씨가 쌀쌀했는데 할아버지가 추워 보여 몸도 안 좋으신데 감기 걸리시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목도리를 벗어드렸는데…그 땐 제가 드릴 만한 게 그것밖에 없었어요"라며 목도리를 건넨 과정을 설명했다.

이런 사연이 언론에 크게 알려졌다는 사실을 친구를 통해 뒤늦게 전해들었다는 김씨는 "깜짝 놀랐고 또 많이 당황했다"고 했다."친구 전화를 받고 인터넷에 들어가 뉴스를 확인하곤 깜짝 놀랐어요.

제가 한 일에 비해 너무 과분하게 칭찬받는 생각이 들어서 부담스러웠고요"
하지만 김씨 주변 사람들은 그의 선행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김씨는 대학생이 된 이후 지난 3년 동안 2주일에 한번씩 종로구의 한 보육시설을 찾아가 아이들을 돌봐주는 일을 해 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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