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원씨앤알, 계란 싸던 노하우로 애니콜 포장 '대박'

국내 한 중소기업이 내부 별도 용기 없이도 휴대폰과 관련 부속품을 분리해 담는 종이 포장박스를 선보여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애니콜' 포장박스 디자인 및 생산업체인 비원씨앤알(대표 현용욱)이 주인공.이 회사는 종이로 된 애니콜 포장용 '일체형 박스'를 개발,지난해 12월부터 삼성전자에 공급 중이다.일체형 박스는 작년 6월 특허등록된 제품으로 내부에 용기 대신 종이로 접어 만든 수납칸이 달려 있는 것이 특징.용기를 별도 제작할 필요가 없어 생산단가가 저렴하다.

개당 300원가량인 기존의 포장박스보다 100원 이상 싸다고 회사는 밝혔다.

비원씨앤알이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일체형 박스 수량은 월 300만 가량.현용욱 대표는 "일체형 박스로만 올해 최소 7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며 "올해 전체 매출은 지난해(80억원) 2배 수준인 15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비원씨앤알의 휴대폰 일체형 포장박스는 계란 포장용 종이박스 개발에서 비롯한다.

현 대표는 농림부 산하 출연기관인 농림수산정보센터 포장디자인연구소 재직 시절 플라스틱 대신 유해물질을 내지 않는 종이 재질의 계란 포장박스를 연구했다.

그는 1998년 연구소를 나와 비원씨앤알을 창업한 뒤 국내 최초로 계란용 종이 포장박스를 선보였다.이 포장박스는 한 장의 종이를 접어 계란을 담는 칸과 박스를 일체형으로 만든 제품.사용이 간편하고 계란 파손율도 적어 한때 국내 할인점 공급 계란 포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인기를 끌었다.

비원씨앤알은 그러나 계란 판매업계가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인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다른 포장분야로 눈을 돌렸다.

그러다 눈에 띈 것이 바로 휴대폰.휴대폰 판매가 급증하는 만큼 포장박스 시장도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판단했다.처음에는 애니콜의 고가폰 이미지에 맞춰 4000원대의 고급 포장박스를 개발,삼성전자에 공급했다.

그러나 고급 포장박스만으로는 제품 수요확대에 한계가 있었다.

특히 삼성전자 내부에서 포장 원가절감 움직임이 일면서 비원씨앤알은 가격을 낮춘 제품개발에 나섰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일체형 포장박스.기존 계란 포장박스 기술이 적용된 이 제품은 가격이 쌀 뿐만 아니라 휴대폰 생산 공정에서 제품을 빠르게 담을 수 있어 삼성전자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비원씨앤알은 일체형 포장박스를 앞세워 현재 애니콜 포장박스의 3분의 1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현 대표는 AI사태가 가라앉은 만큼 올해부터는 계란 포장사업에도 다시 나설 계획이다.

또 삼성테크윈의 디지털카메라 포장박스 공급도 확대키로 했다.현 대표는 "계란과 휴대폰,디카 포장으로 비원씨앤알을 2010년까지 매출 430억원대의 중견기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