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창조의 노하우‥애플에서 찾아라!

1983년 1월 애플은 연차총회에서 '리사'라는 신형 컴퓨터를 자랑스럽게 내놨다. 3년 동안 200여명이 달려들어 5000만달러나 써가며 개발한 제품이었다. 그러나 '리사'의 가격은 9995달러나 됐고 속도도 느렸으며 호환도 불가능했다. 게다가 2개월 뒤 신생 회사가 무게와 가격이 절반도 안 되는 휴대용 컴퓨터를 내놨다. 그 바람에 '리사'는 곧 단종됐다. 애플로서는 엄청난 타격이었다. 기술을 맹신한 나머지 돌이키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것이다.

그리고 2001년 10월,애플은 '우아한 디자인에 뛰어난 성능,카드 꾸러미를 살짝 눌러 늘여놓은 듯한 모양의 흰 플라스틱' 제품을 선보였다. 그 유명한 '아이팟'이었다. 노래 1000곡을 저장할 수 있는 이 '우아한 물건'은 두 달 만에 12만5000개나 팔렸다. 2004년 10월에는 미국 디지털 뮤직 플레이어 시장의 82%를 점유했다. 주가도 덩달아 뛰었다. 드디어 올해 1월 파격적인 디자인의 '아이폰'을 내놨고 연이어 '애플TV'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신간 '애플의 방식'(제프리 크루이상크 지음,정준희 옮김,더난출판사)은 이 같은 힘이 '혁신의 엔진'에서 나온다고 분석한다. 애플은 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과거의 경험에 의존하다 실패를 자초했고 한때 쫓겨났던 스티브 잡스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애플에 복귀한 잡스가 택한 방식은 과거를 버리고 혁신적인 사고로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었다.

잡스는 애플의 핵심역량을 '놀랍고도 기쁜 고객 경험의 창출'이라고 말한다. 그는 고집 세고 괴팍하기도 하지만 특히 '고객 경험 창출'에 대한 집념은 누구도 따라가기 어렵다. 애플의 지난해 이익이 13억달러로 전년대비 384% 증가한 것도 이 같은 혁신의 힘에서 나온 실적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애플 혁신의 3대 요소를 '우수한 디자인'과 '영리한 마케팅''스티브 잡스의 창조적 리더십'이라고 설명한다. 그 위에 '혁신적인 제품 개발,경쟁력 있는 마케팅 전략,세련된 디자인과 포장,생산적인 기업 문화'라는 애플의 핵심전략 4가지를 종횡으로 겹쳐 보여준 뒤,세계 최고 혁신기업에서 배울 수 있는 12가지 경영교훈을 하나씩 알려준다.'일관성과 연속성을 지켜라,혁신을 도모하며 미래를 발견하라,놀라운 디자인을 선보여라,가보를 지켜라,지지자들과 돈독히 지내라,약속을 지켜라,컬트를 구축하라,쇼핑 경험을 창조하라. 쿨함을 잃지마라,악당을 매도하라,리더들을 정비하라,미래를 창조하라.'

한마디로 '혁신과 창조의 비밀,애플에서 찾으라'는 게 이 책의 메시지. 혁신이 필요한 줄은 알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딱 들어맞는 책이다. 344쪽,1만5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