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술공부를 한다고… 성대교수들, 모임 통해 학문간 벽 허물어

"천약불애주 주성부재천(天若不愛酒 酒星不在天:하늘이 술을 즐기지 않는다면 하늘에 어찌 주성이 있겠는가)."

지난 주말 송재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의 '중국의 술문화' 강연이 열린 이 대학 퇴계인문관 강의실에서는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참석자들은 학생들이 아니라 서정돈 총장과 김준영 부총장을 비롯한 교수 30여명.성균관대 교수들의 술 공부 모임이다.

김동순 문과대학장은 "처음엔 인문대 교수들끼리만 하는 모임이었는데,어느새 학교 안에 소문이 나서 이번엔 총장까지 모시고 하게 됐다"며 "70여명이나 되는 문과대 교수들 사이에 교류가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 학문 간 벽을 허물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모임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강사로 나선 송재소 한문학과 교수는 이태백의 시구 '월하독작(月下獨酌)'을 읊으며 '중국의 술문화'에 대해 강의를 펼쳐 참석자들의 눈길을 모았다.'중국술 박사'란 별명이 붙은 송 교수 옆에 마련된 탁자에는 수정방(水井坊),여아홍(女兒紅),주귀(酒鬼),분주(汾酒) 등 최근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중국의 명주 8병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지난해 4월 문과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이 모임은 김동순 학장이 부임 이후 첫 카드로 꺼낸 작품(?)이다.

그냥 먹고 마시는 일회성 모임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와 문화가 녹아 들어가 있는 각국의 술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교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 학기에 한 번씩 모임을 정례화했다.지난해 4월에는 프랑스어문과가 주관해 와인을 주제로 모임을 가졌고 12월에는 영문과 김동욱 교수가 강사로 나서 위스키 특강을 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