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플ㆍ토익의 대타는? 텝스.토셀 '토플대란' 반사이익 기대

토플 토익 등 한국의 공인영어시험 업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초ㆍ중ㆍ고교생 응시자들이 많은 토플시장의 경우 교육당국이 공인영어시험의 성적을 특목고와 대학의 전형요소로 반영하는 것을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급속도로 움츠러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주 고객인 토익 역시 고득점자들의 영어 실력을 변별하기 어려운 데다,영어 말하기 쓰기 능력의 평가가 불가능해 기업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의 어학시험 시장의 규모는 연간 7000억원가량. 여기에 학원,문제집 등 어학시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시장의 규모를 합하면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토플엔 직격탄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대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토플과 관련된 업계다. 교육당국이 외국어고 등에 토플시험성적을 반영하는 것을 금지할 경우 응시자의 수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토플 전문교육업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가 본격화되면 주로 서울 강남지역에 밀집해 있는 특목고 입시생 대상 토플학원 중 절반가량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텝스,토셀 등 특목고 입시에서 토플과 함께 쓰이고 있는 시험을 시행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은 토플 대란의 불똥이 어디까지 튀는지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 서울시교육청은 17일 토플과 함께 텝스 등 다른 어학시험의 성적을 외고 입시에 반영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지침을 발표한 상태. 시 교육청의 방침을 전국의 시ㆍ도교육청이 받아들일 경우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토플만 금지시키고 다른 시험은 허용하는 쪽으로 방침을 확정하는 시ㆍ도교육청이 많을 경우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도 있다. 텝스와 토셀은 토종 영어시험으로 서울대학교 TEPS관리위원회와 한국토셀위원회가 각각 시험을 주관하고 있다.◆말하기 시험 중심 개편


토익이 장악하고 있는 대학생 구직자 타깃 공인영어시험 관련 업계의 분위기는 딴판이다. 듣기와 읽기 중심인 토익을 이용하는 기업들이 줄어들면서 주요 업체들이 말하기와 쓰기 부문을 강화한 새로운 시험을 내놓으면서 '춘추전국시대'를 이루고 있다. 말하기와 쓰기 시험은 응시료가 듣기와 읽기 시험의 3배가량 돼 5만명 정도의 응시자만 확보해도 '메이저'로 올라설 수 있다.

아직까지 시장의 최강자는 토익의 시행사인 YBM어학원 계열의 토익위원회다. 국내 영어교육기관 중 가장 규모가 큰 YBM어학원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토익이 갖고 있는 시험의 '브랜드'가 여전히 막강하기 때문이다. 토익위원회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대웅제약 등으로부터 토익 말하기,쓰기 시험의 성적을 신입사원 입사에 반영하겠다는 답을 들었다"며 "기존의 토익시험 응시자들이 줄어드는 속도가 생각보다 더딘데다 말하기 쓰기 시험 응시자의 수가 빠르게 늘고 있어 전체 매출이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말하기 쓰기 분야에 새로 뛰어든 시험들의 활약 여부도 업계의 관심거리다. 최근 코스닥에 상장한 삼성그룹 계열의 교육업체인 크레듀는 자체 개발한 영어 말하기 시험인 OPic의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 크레듀 관계자는 "CJ그룹,오뚜기 등의 고객사를 이미 확보했다"며 "교육기관도 전국에 학원망을 갖추고 있는 삼육어학원과의 제휴로 전국적으로 갖춰져 있어 토익과의 한판승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에듀라인은 영국의 영어시험출제기관인 EDI로부터 읽기,쓰기,말하기,듣기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EFB라는 시험을 들여와 눈길을 끌고 있다. 100% 주관식으로 출제되며 철저하게 비즈니스에서 사용하는 영어능력만을 측정한다는 것이 EFB의 장점으로 꼽힌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