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벤처 '3M독점' 깼다...인산디지탬,폭스바겐에 자동차용 특수테이프 공급

5년 도전 끝에 30만弗 수출계약

국내 벤처기업이 전 세계 자동차용 아크릴 폼 테이프 시장에서 미국 3M사의 독점 체제를 무너뜨렸다. 경기도 화성 소재 산업용 테이프 생산업체인 인산디지켐이 주인공이다.이보상 인산디지켐 대표(사진)는 30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폭스바겐 브라질 공장으로부터 아크릴 폼 테이프 공급 승인을 얻어 지난달 초 1차분 약 30만달러어치를 선적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이에 따라 앞으로 독일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폭스바겐 공장에도 이 제품을 공급하게 된다.

이번 공급권 획득은 단순한 납품이 아니라 폭스바겐의 인기 차종인 '폭스'의 설계 도면에 사이드 몰딩용으로 3M과 동시에 회사 이름이 올라간 것이라고 이보상 대표는 설명했다. 이는 테이프의 품질이 3M사의 제품과 같다는 것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이 제품은 표면재 위에 점착제를 입히는 기존 용제형 코팅 방식에서 벗어나 자외선을 쪼여 경화하는 방식으로 표면재 자체에 점착제가 스며들어 접착력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이 대표는 3M 한국 법인에서 8년간 기술영업을 담당하다 1995년 6월 산업용 테이프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국내 산업용 테이프 산업은 일반 포장용 테이프 정도를 만드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이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본 것. 이후 4년 만에 국내 최초로 자동차용 아크릴 폼 테이프를 개발했으나 품질에 대한 의구심으로 자동차 메이커보다는 카센터 등에 소량 판매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 대표는 2002년 8월 자동차용 테이프 시장을 넓히는 길은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에 대한 공급이라고 보고 폭스바겐 브라질 공장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폭스바겐 측이 당시 이름도 생소한 한국의 작은 기업 제품을 받아줄 리 없었다. 이 대표는 고집스럽게 달라붙어 2004년 2월 공식 테스트 허가를 받기는 했지만 첫 테스트에서 불량이 드러나 실패했다. "브라질의 고온 다습한 기후에서도 떨어지는 현상이 없어야 하는데 이러한 물성을 맞추지 못한 게 결정적이었다"고 그는 털어놨다. 이후 연구개발(R&D)에 1년 이상 매달려 작년 초 폭스바겐 측의 요구 사항인 브라질의 기후 적응성과 방수성 내열성 내구성 등 일곱 차례에 걸친 까다로운 테스트를 모두 통과했다.

인산디지켐은 폭스바겐 제품 승인을 계기로 GM 포드 등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와도 납품 테스트 협상을 진행 중이다.이 대표는 "올해 폭스바겐 브라질 공장 수출로 매출 110억원(수출 약 700만달러)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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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풀이 - 아크릴 폼 테이프사이드몰딩 엠블럼 룸미러 네임플레이트(차명) 등 자동차의 내·외장 인테리어 부품을 붙이는 데 쓰이는 특수 양면 테이프다.

시장은 국내 250억원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3000억원대로 평가되며 3M이 독점 공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