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속으로] 애경 ‥ "이렇게 뛰는데 … 업계1위 시간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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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용품 전문기업인 애경산업이 '공격 경영'을 선언하고 나섰다.
최창활 애경산업 사장은 "2년 뒤 매출을 작년의 두 배 수준인 7000억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5000억원은 기존 시장에서 만들고 나머지 2000억원은 현재 진행 중인 인수합병(M&A)을 통해서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호재도 겹쳤다.
사내 벤처로 출발,2000년에 설립한 아토피치료제 전문 기업 '네오팜'이 올 1월 코스닥 시장에 안착한 것을 비롯해 지난 2월엔 일본의 에스테화학과 손잡고 제습ㆍ방향제 전문 기업인 애경에스티를 설립했다.
'네오팜'은 작년 매출이 100억4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66.7% 성장하는 등 '될성부른 떡잎'임을 입증하고 있다. LG생활건강(작년 매출 1조328억원)의 그늘에 가려 '만년 2등'에 머물러온 애경이 올해를 기점으로 새로운 도약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는 것.
◆1954년,1993년,그리고 2007년
애경산업은 생활ㆍ항공,화학,유통ㆍ부동산개발 사업군을 거느린 애경그룹의 모태이자 핵심 계열사로 1954년 애경유지공업으로 출발했다. 1966년엔 국내 처음으로 '트리오'란 주방 세제를 선보이며 40여 년간 70만여t을 판매,지금까지도 시장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P&G 등 글로벌 회사들의 공세 속에서도 주방세제 분야 만큼은 100% 토종기업의 '철옹성'으로 남아 있는 데는 '트리오'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1993년은 애경산업에 '제2의 창업 원년'으로 기록되는 해다. 1985년부터 합작관계를 유지해 온 유니레버와 결별하고 홀로서기를 하게 된 것. 양성진 애경그룹 홍보이사는 "결별 당시 애경이 내세울 만한 브랜드라고는 '트리오'와 '스파크' 달랑 두 개밖에 없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애경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성공한다. 양 이사는 "세제,치약,화장품 등 각각의 영역에서 1등 브랜드 하나씩만 만들자는 게 회사의 모토였다"며 "예컨대 치약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애경이 1등을 하진 못하지만 브랜드별로는 애경 것을 1등이 되게 한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의 공세와 LG생활건강이란 '골리앗'과 싸우기 위한 애경만의 '비책'이었던 셈이다.숫자마케팅이란 용어를 처음 만들어 내면서 '럭키치약'의 아성을 무너뜨린 '2080' 치약(1998년 출시)을 비롯해 클렌징화장품과 여드름화장품의 원조인 '포인트''에이솔루션'이 모두 이때 나왔다. 최 사장은 "2080 치약은 시장 점유율 25% 수준으로 1위를 달리고 있고 포인트와 에이솔루션 역시 13년째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장수 브랜드"라고 소개했다. 그는 "헤어케어 전문브랜드인 '케라시스'를 비롯해 2005년 새롭게 출시한 섬유린스 '아이린',효소세제 '스파크' 등도 1위권 진입을 코앞에 둔 브랜드들"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3300억원이었던 매출을 올해 3700억원,2009년엔 7000억원(M&A를 통한 2000억원 포함)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규사업에 '올인' 2000억원 규모 M&A 진행 중
'홀로서기'에 성공한 애경은 올해 '제3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안용찬 애경 생활ㆍ항공부문 부회장은 "기존 시장에서 경쟁자 몫을 뺏아오는 게 한 축이고,다른 회사와의 전략적 제휴나 M&A를 통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게 또 다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이미 애경에스티는 2011년 매출 450억원,시장점유율 30%를 목표로 제습ㆍ탈취ㆍ소취제 시장에 진출했고,작년엔 '쉬크' 면도기로 유명한 에너자이저코리아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최 사장은 "150여 개의 단독 대리점을 보유한 애경의 유통망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다양한 제휴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00년 애경종합기술원에서 분사 설립된 바이오벤처기업 '네오팜'은 매출이 2004년 30억원에서 △2005년 60억원 △2006년 100억원 △2007년(예상) 145억원에 이를 정도로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최 사장은 "생활용품 시장은 연 평균 성장률이 4% 안팎에 그칠 정도로 성숙할 대로 성숙한 시장"이라며 "시너지 효과만 낼 수 있다면 제휴 및 M&A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애인경천(愛人敬天)의 기업문화
오늘의 애경산업이 있게 한 원천에 대해 최 사장은 "끈끈한 가족 문화와 인재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한다. 애경이란 회사명 자체가 애인경천(愛人敬天ㆍ사람을 사랑하고 하늘을 공경한다)이란 창업주 좌우명에서 따왔다. 이 회사는 1998년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을 때는 물론이고 지금껏 단 한 차례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한 적이 없다. 150여 개의 대리점 가운데 절반가량이 5년 이상 애경과 거래를 지속해 올 정도로 '장수 대리점'이 많은 것 역시 '정(情)의 문화'가 없으면 불가능했다.인재를 키우려는 노력 또한 남다르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연 120만원씩 어학교육비 지원,대학원 학비 전액지원은 기본이고 미국에 3개월씩 연수를 보내주는 프로그램을 10년째 운영하고 있다. 1998년 남들이 투자를 축소할 무렵,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이 "연구개발(R&D)이 애경의 100년을 결정한다"는 신념으로 대덕 단지에 애경종합기술원을 만든 것은 애경의 인재에 대한 애정을 뒷받침하는 사례다. 최 사장은 "디자인의 중요성을 감안해 23명으로 구성된 디자인센터의 새 보금자리를 홍익대 근처에 짓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동휘/김정욱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