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세계은행…부시家 믿을맨 졸릭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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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총재로 지명…승인 무난할듯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다음 달 30일 물러나는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 후임에 로버트 졸릭 전 국무부 부장관( 현 골드만삭스 부회장·53)을 지명한다고 3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졸릭 지명자는 국제 경제와 외교 통상을 두루 경험한 만큼 세계은행의 안정을 꾀할 적임자"라고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부시 대통령으로서는 국제 경험이 많고 회원국으로부터 거부감이 비교적 적은 졸릭 전 부장관을 지명함으로써 전통대로 세계은행 총재 자리를 미국이 유지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동안 일부 회원국들은 울포위츠 총재가 '여자친구 특혜' 스캔들로 낙마한 점을 들어 차기 총재는 미국인에 국한하지 말고 전 세계에서 적임자를 선출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세계은행은 창립 이후부터 미국인이 총재를,국제통화기금(IMF)은 유럽인이 총재를 맡는 것을 관행으로 삼아왔다.졸릭 지명자는 아버지 부시 행정부와 현 부시 행정부에서 국제 경제 및 외교 통상 정책에 깊이 관여했으며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하버드대 로스쿨과 케네디스쿨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1985년 재무부 장관 자문역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 때 국무부 차관과 비서실 차장을 역임했다.이후 미국 최대 모기지 회사인 패니매 수석부사장을 맡는 등 민간 부문에서 일하다가 부시 대통령이 집권한 2001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기용됐다.
이때 도하라운드 협상 출범을 주도하고 중국과 대만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작업을 마무리지었다.
2005년 초 국무부 2인자인 부장관에 기용돼 대외 정책을 주도했다.졸릭 지명자가 총재로 선임되면 울포위츠 스캔들로 세계은행 내에서 약화된 미국의 입지를 높이고 세계은행의 핵심 업무인 빈곤 퇴치를 위한 기금 마련이라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미국의 세계은행 지분은 16%로 회원국 중 가장 높지만 이번 스캔들로 더 이상 총재직을 미국에 맡겨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높을 정도로 조롱을 받았다.
졸릭 지명에 대한 반대 여론도 적지 않다. 그는 다양한 국제 경험을 쌓았지만 저개발국의 개발 프로그램과 빈곤 퇴치 분야에선 일한 적이 없다.
더욱이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 18명 중 한 명이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사담 후세인 당시 이라크 대통령을 내몰아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강경 성향을 갖고 있다.민주당의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은 "그를 선택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