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선거중립법의무 위반] 盧대통령 '大選 구상' 차질 불가피

중앙선관위가 7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2003년과 2004년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우리 헌정사에 유례없는 일이다.

선관위 결정은 외형상 2004년 3월 때의 결정과 유사하다.

당시 선관위는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압도적으로 지지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발언이 선거법상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봤다.이번에도 선관위는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끔찍하다"는 발언이 중립성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한발 더 나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운하 공약에 대해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대운하에 투자하겠나"라고 공격한 것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겨냥해 "독재자의 딸"이라고 언급한 대목에 대해 선관위는 "대선 후보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폄하하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못박았다.

한마디로 "정치적 활동의 자유에 속한 범위를 벗어났다"는 취지다.실제 선관위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엄중하게 받아들였다.

중립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 5 대 2로 위반 결정을 내린 것에 그치지 않고 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 금지조항과 공무원의 선거운동 금지 조항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4 대 4로 의견이 팽팽했던 게 이를 뒷받침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전 선거운동 위반까지 갈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선관위가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취한 것은 노 대통령의 발언을 이 정도에서 제어하지 않을 경우 끝없는 정쟁으로 비화돼 선거관리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자연 노 대통령은 "두 번씩이나 선거법을 위반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면서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임기 말이라 2004년과 같은 탄핵 소추에 휘말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적어도 대선정국에 적극 개입,레임덕을 차단하면서 정치의 중심에 서겠다는 구상에는 일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노 대통령은 정치행보를 위한 유일한 무기인 '입'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자칫 또다른 위법시비에 휘말릴 경우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과 각 대선 주자를 향한 무차별적인 공격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선관위의 중립의무 준수 요청을 지키지 않을 경우 검찰에 고발 조치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노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국정 장악력을 유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며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여야를 막론하고 참여정부 비판에 조목조목 역공을 폈고,심지어 범여권 주자들에 대한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최근에는 탈당 결심을 굳힌 열린우리당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을 겨냥,직공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관위의 옐로카드를 받은 노 대통령은 적어도 이 같은 공격적 행보가 어려워지면서 향후 대선 구상에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당장 한나라당이 선관위 결정을 노 대통령의 대선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할 것이 불 보듯 뻔한 데다 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일부 범여권 주자의 차별화를 위한 비판 목소리도 한층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