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BMW족(族)'

지독히 검소한 사람을 일컬어 자린고비라고 한다.

이 자린고비들의 일화는 어느 지방을 막론하고 한두 개씩은 전설처럼 내려온다.제사 때 한번 쓰고 버리는 지방(紙榜)을 기름에 절여 두고두고 사용했다든지,굴비를 천장에 매달아 놓고 그 짠맛을 느끼면서 밥 한 그릇을 해치웠다든지,여름날 부채가 상할까봐 그 앞에서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댔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대부분이 과장되고 해학적인 내용들이지만 근검생활을 강조하는 교훈이 담겨 있어 공감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자린고비들은 요즘으로 치면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알뜰족'일 게다.이들은 쿠폰책을 들고서 가격을 비교하고,포인트를 적립하고,쇼핑목록을 작성하고,세일시즌을 기다린다.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서라면 시간과 수고를 아랑곳하지 않는다.

기름값이 치솟으면서 나타난 'BMW족(族)'도 알뜰족에 다름 아니다.이들은 자가용을 놔두고 버스(bus)와 지하철(metro),도보(walking)로 이동하는 사람들로 세계적인 명차 BMW를 빗댄 재치가 돋보인다.

자전거(bicycle)로 출퇴근하는 '자출족'들도 같은 부류로 친다.

기름값이 부담스러워 BMW라는 교통수단을 택했지만,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자가용을 몰면서 느끼지 못한 또 다른 재미를 만끽하고 있다고 한다.혼자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고,독서도 하고,아무래도 많이 움직이니 건강에 도움이 되고,평소 지나쳤던 것들도 유심히 보게 된다는 것이다.

소식이 궁금했던 지인들을 만나는 횟수도 늘었다고 한다.

이 정도면 'BMW 예찬'이라 할 만하다.

사실 근검절약은 없어서라기 보다는 누구나가 실천해야 할 미덕으로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록펠러는 자신의 성공비결 중 하나로 '절약'을 꼽았는데 그는 구부러진 못 하나,기름 한방울을 헛되이 하지 않았다.

절약에 앞장서고 있는 BMW족들은 뜻하지 않게 환경운동가들로부터도 환영을 받고 있다."지구에 미안해서라도 걸어보자"는 캠페인에 자연스레 동참하는 셈이 됐기 때문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