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금융빅뱅의 성공조건

尹桂燮 < 서울대 교수·경영학 >

수년을 끌어온 '금융투자업과 자본시장에 관한 법률'이 최근 국회 재경위원회를 통과했다.이제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2009년 초부터 자본시장에 새로운 지평이 열린다.

다른 금융산업의 저항으로 통과가 지연됐던 이 법률은 일명 '자본시장통합법'으로 불리는데 원래는 은행,증권,보험 등 모든 금융산업을 포괄하는 금융시장통합법으로 개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꺼번에 많은 법률을 통합하는 데 부담을 느낀 나머지 자본시장 관계 법률만으로 통합한 것이다.이에 관련된 산업은 증권,선물,자산운용업,투자신탁업,투자자문업 등이 있고 다른 금융산업에도 이와 관련한 상품이 해당될 경우 포괄하게 되어 있다.

이 법률은 금융 투자상품을 포괄주의로 바꿈으로써 새로운 투자상품이 무제한으로 개발될 가능성을 열었다.

또 관계 업종별로 규제하던 것을 업종을 통합해 기능별로 규제함으로써 규제의 효율성을 높였다.은행업과 자금 결제(決濟) 업무를 가지고 마찰을 빚었으나 모든 증권회사들이 지급결제 시스템에 직접 참여하게 했다.

이 법률의 통과는 과거 미국과 일본을 거친 전업주의(專業主義) 금융구조가 겸업주의(兼業主義)로 넘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은행의 수익 확보를 위해서 보험의 방카슈랑스,펀드 판매 등으로 겸업주의가 이뤄지고 있으나 자본시장에서 확실하게 겸업주의를 허용한 것이다.이는 1986년 영국의 금융서비스업이 빅뱅을 하고 이어 2000년 금융서비스와 시장법(통합금융법·FMSA) 통과와 함께 2001년에 제정된 호주의 금융서비스 개혁법(FSRA)을 연상하게 한다.

많은 대형 증권회사들이 이제 투자 은행으로 비약하기 위한 경영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분주하게 노력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IB)을 벤치마킹하고 해외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대량 채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영국 역시 빅뱅 후 10년 보고서에서 비록 대형 증권회사의 주인들이 외국인으로 바뀌었지만 금융산업은 런던에 건재하였고 이제 뉴욕과 경쟁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금융서비스 개혁법의 시행 이후 자본시장 규모가 대폭 커졌으며 맥쿼리와 같은 세계적 투자은행이 탄생했다.

이에 따라 많은 나라들이 이들 모델을 따르고 있고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이 법률이 통과한 이후에 과연 우리나라도 이렇게 될 것인가.

세계적으로 대표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같은 곳이 나오기 위해선 많은 문제가 있지만 몇 가지만 지적해 보자.

첫째,우수 인력의 확보가 우선이다.

런던에서는 누구나 런던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전제는 '실력이 있으면'이라는 의미와 개방이라는 뜻이 숨어 있다.

실력이 있으면 인종이나 나이,성별을 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수 인력에 대해서는 확실한 신상필벌(信賞必罰)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한 평가가 객관화돼 있어야 한다.

외국에서 공부했다고,자격증이 많다고 해서 뽑는 것이 아니라 실력이 인정돼야 한다.

그래서 외국 IB에서는 경력사원만을 선발한다.

우수 인력에 대한 엄청난 보너스가 우리 실정에서 가능한지도 짚어볼 일이다.

둘째,이 법률은 투자자 보호를 기본 정신으로 하며 투자자의 편리와 투자 위험의 감소가 전제돼 있다.

겸업화하는 경우 증권회사 임직원에게 많은 업무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셋째,겸업화와 대형화를 전제로 규모만 키워서 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상품과 깊이 있는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

최근 투자상품 설계를 외국에 의존하는가 하면,평가 능력의 부족으로 많은 손실을 입힌 금융 상품들이 있는데 우리 실정에 맞는 상품 설계를 가능하게 하고 상품을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가 많이 있어야 한다.

이제 국회 소위에서의 법률 통과로 자리는 준비됐다.하지만 이것이 진정 '한국판 금융 빅뱅'의 기폭제가 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이를 통해 증권산업이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