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워싱턴서 보는 한미FTA 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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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데슬러 < 美메릴랜드대 교수·공공정책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워싱턴의 비준(批准)을 앞두고 고비를 맞고 있다. 지난달 29일 다수당인 민주당 하원지도부는 "한·미 FTA 합의 내용을 현재대로라면 지지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상원에서는 FTA 비준을 주도해야 할 재정위원장 보커스 의원부터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한·미 FTA 비준안이 제출될 경우 의회의 비준 거부는 거의 틀림 없는 기정사실로 보아야 할 것이다.왜 이런 상황이 됐을까? 무엇보다 정치적 타이밍이 좋지 않다. 양국의 대통령이 낮은 지지율과 약화된 정치력 속에 레임덕 상태다. 특히 하원에서 통상정책을 다루는 세입위원회 찰스 랭글 민주당 의원은 부시 행정부에서 그동안 소외됐다가 작년 11월 중간선거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자 세입위원장을 맡았다.
이제 더 이상 부시 행정부는 통상정책을 예전처럼 의회에서 관철할 수 없게 됐다. 민주당은 마침내 지난 5월 국제노동기구(ILO) 노동 기준 및 환경 요소를 강화하고 제약산업 지식재산권 보호에서 개도국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신통상정책'을 부시 행정부와 합의하게 됐다.
그러나 '신통상정책'수립은 6월 말까지 한·미 FTA 추가협상·서명이라는 빠듯한 일정 탓에 노동,환경 부문을 제외한 사안들에 대해 충분히 한·미 FTA에 반영되지 못한 부분들이 있을 것이고 이에 대한 추가 논란의 여지가 있다.자동차 문제도 첨예한 상황이다. 한국 측이 동의한 관세 및 기타 세제 개선은 미국 측이 동의한 소형트럭 등 관련 관세 철폐에 비해 너무 미미하다는 것이 미국 의회의 시각이다. 그 저변에는 '연간 70만대의 차를 미국에 파는 한국과 겨우 5000대의 차를 한국에 수출하는 미국 간의 불균형이 너무나 심각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실제로 지난 3월1일 한·미 FTA가 협상 중인 상황에서 랭글 하원의원,칼 레빈 상원의원 형제 등을 위시한 15명의 상하양원 의원들이 합동으로 행정부 측에 자동차 협상안을 전달한 바 있다.
그 내용은 '한국 내 미국차 판매량 증가에 따라 미국의 시장을 개방한다'는 것이었다. 부시 행정부는 의회의 자동차 협상안을 거부했다. 문제는 민주당 측 우려와 불만이 미국 국민들의 심정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상당수의 미국인들은 '한국의 비관세 장벽 문제가 이번 FTA를 통해 개선될 것 같지 않다'고 믿고 있다. 또 많은 미국인들은 '무역자유화를 추구하는 여러 가지 협정들이 일반 미국 국민에게는 별 혜택을 주지 못해 왔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미 의회에는 펠로시 하원의장과 랭글 의원이 '신통상정책'에 대해 부시행정부와 너무 쉽게 합의해버렸다는 비판마저 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민주당 지도부는 이제 한·미 FTA와 같은 개별 사안에서 '터프함'을 보여주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미 의회는 아마 파급효과가 크지 않은 페루나 파나마와의 FTA는 통과시키고,한국처럼 그 여파가 지대한 교역국과의 FTA는 '부결'시키거나 '심의거부'를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되면 미국과 한국 양국의 국익과 신뢰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한국 측은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 같다. 한국은 행정부 간에 통상협상이 타결되면 의원들은 정치적인 이해에 따라 한동안 말들이 많지만 결국은 행정부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어 보인다. 이는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한·미 FTA는 미국 의회가 표결로 마무리할 때까지는 마침표를 찍을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한국은 레임덕에 빠진 부시행정부의 입지가 좁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대처방안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데슬러 교수는 현재 미국 메릴랜드대 School of Public Policy 교수이며 미국 통상정책 관련 바이블로 통하는 'American Trade Politics'를 포함,14권의 미국 통상정책 관련 저서를 출간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워싱턴의 비준(批准)을 앞두고 고비를 맞고 있다. 지난달 29일 다수당인 민주당 하원지도부는 "한·미 FTA 합의 내용을 현재대로라면 지지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상원에서는 FTA 비준을 주도해야 할 재정위원장 보커스 의원부터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한·미 FTA 비준안이 제출될 경우 의회의 비준 거부는 거의 틀림 없는 기정사실로 보아야 할 것이다.왜 이런 상황이 됐을까? 무엇보다 정치적 타이밍이 좋지 않다. 양국의 대통령이 낮은 지지율과 약화된 정치력 속에 레임덕 상태다. 특히 하원에서 통상정책을 다루는 세입위원회 찰스 랭글 민주당 의원은 부시 행정부에서 그동안 소외됐다가 작년 11월 중간선거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자 세입위원장을 맡았다.
이제 더 이상 부시 행정부는 통상정책을 예전처럼 의회에서 관철할 수 없게 됐다. 민주당은 마침내 지난 5월 국제노동기구(ILO) 노동 기준 및 환경 요소를 강화하고 제약산업 지식재산권 보호에서 개도국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신통상정책'을 부시 행정부와 합의하게 됐다.
그러나 '신통상정책'수립은 6월 말까지 한·미 FTA 추가협상·서명이라는 빠듯한 일정 탓에 노동,환경 부문을 제외한 사안들에 대해 충분히 한·미 FTA에 반영되지 못한 부분들이 있을 것이고 이에 대한 추가 논란의 여지가 있다.자동차 문제도 첨예한 상황이다. 한국 측이 동의한 관세 및 기타 세제 개선은 미국 측이 동의한 소형트럭 등 관련 관세 철폐에 비해 너무 미미하다는 것이 미국 의회의 시각이다. 그 저변에는 '연간 70만대의 차를 미국에 파는 한국과 겨우 5000대의 차를 한국에 수출하는 미국 간의 불균형이 너무나 심각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실제로 지난 3월1일 한·미 FTA가 협상 중인 상황에서 랭글 하원의원,칼 레빈 상원의원 형제 등을 위시한 15명의 상하양원 의원들이 합동으로 행정부 측에 자동차 협상안을 전달한 바 있다.
그 내용은 '한국 내 미국차 판매량 증가에 따라 미국의 시장을 개방한다'는 것이었다. 부시 행정부는 의회의 자동차 협상안을 거부했다. 문제는 민주당 측 우려와 불만이 미국 국민들의 심정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상당수의 미국인들은 '한국의 비관세 장벽 문제가 이번 FTA를 통해 개선될 것 같지 않다'고 믿고 있다. 또 많은 미국인들은 '무역자유화를 추구하는 여러 가지 협정들이 일반 미국 국민에게는 별 혜택을 주지 못해 왔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미 의회에는 펠로시 하원의장과 랭글 의원이 '신통상정책'에 대해 부시행정부와 너무 쉽게 합의해버렸다는 비판마저 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민주당 지도부는 이제 한·미 FTA와 같은 개별 사안에서 '터프함'을 보여주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미 의회는 아마 파급효과가 크지 않은 페루나 파나마와의 FTA는 통과시키고,한국처럼 그 여파가 지대한 교역국과의 FTA는 '부결'시키거나 '심의거부'를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되면 미국과 한국 양국의 국익과 신뢰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한국 측은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 같다. 한국은 행정부 간에 통상협상이 타결되면 의원들은 정치적인 이해에 따라 한동안 말들이 많지만 결국은 행정부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어 보인다. 이는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한·미 FTA는 미국 의회가 표결로 마무리할 때까지는 마침표를 찍을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한국은 레임덕에 빠진 부시행정부의 입지가 좁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대처방안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데슬러 교수는 현재 미국 메릴랜드대 School of Public Policy 교수이며 미국 통상정책 관련 바이블로 통하는 'American Trade Politics'를 포함,14권의 미국 통상정책 관련 저서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