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피랍 14일째] "시한 지났지만 인질 생존"

한국인 납치사태 발생 14일째인 1일 정부가 탈레반과의 직접 접촉을 추진하는 등 독자적인 구명 활동에 나서 주목된다.

당초 정부는 아프간 정부를 통한 간접협상에 주력했으나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협상에 적극 나서지 않자 탈레반과의 직접대화 통로를 찾아 나선 것이다.

탈레반 측도 이날 무력 충돌보다는 협상을 통한 사태 해결 의지를 나타내,정부와 탈레반 측이 직접 협상을 통한 돌파구가 마련될지 관심이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도 이날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와 전화 통화에서 "시한이 지났지만 우리는 교섭을 선호한다.

협상을 통해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프간 소식통에 따르면 아마디는 또 인질의 건강을 묻는 질문에 "인질 모두 건강이 좋은 것은 아니며 특히 여성 인질 2명은 상태가 심각하다"면서 인질들은 생존해 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의 접촉 창구는 아프가니스탄 카불 주재 한국대사관인 것으로 전해졌다.

납치단체의 일원을 자처한 사람이 이날 대사관으로 전화를 걸어 강성주 대사와 전화 통화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으며,한국 대사관 측도 "우리 입장과 의사를 전달하는 채널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문하영 본부대사 등 정부 협상지원단이 이날 탈레반에 잡혀 있는 한국인 인질들을 면담할 것으로 보인다는 AIP의 보도도 있었다.

대통령 특사로 현지에 파견된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도 이날 귀국길에 파키스탄을 들러 현지 고위 당국자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은 탈레반 지도부가 은신해 있는 곳으로 아프간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자 우회로를 통해 탈레반 지도부와의 접촉에 나서려는 시도로 보인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파키스탄은 우리가 아프간 인질석방 문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우방 중 하나"라며 "21명의 생명이 남아있는만큼 이 문제는 최대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군사적 행동을 반대한다는 입장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필리핀 출장 중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2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네그로폰테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만나 한국인 인질사태를 협의하는 한편 아시아·태평양 외교장관들을 대상으로 외교전을 펼칠 계획이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