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동차 빅3의 '102년 굴욕'

7월 점유율 첫 50% 붕괴…아시아産 44% 질주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 자동차 3사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미 자동차산업 102년 역사상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졌다.

자동차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오토데이터(autodata)는 1일(현지시간) GM 등 미 자동차 3사의 지난 7월 중 미국시장 점유율은 49.5%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여기에는 사브와 볼보 랜드로버 재규어 등 미 자동차 회사들이 소유하고 있는 외국 브랜드가 포함된 것이다.

이를 제외할 경우 미 '빅 3'의 시장점유율은 48.1%로 더 낮아진다.

이는 작년 6월(52.1%)에 비해선 4%포인트,지난 6월(50.2%)에 비해선 2.1%포인트 떨어진 수준이다.빅 3의 시장점유율은 1984년 77.4%에 달한 후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2000년에는 68.3%로 70% 아래로 하락했으며 2005년엔 59.4%를 기록해 60%선마저 무너졌다.

반면 아시아 자동차사는 약진을 거듭해 지난 7월 중 44.6%로 높아졌다.이런 추세라면 아시아 브랜드 점유율이 미국 브랜드를 따라잡을 가능성이 높다.

미 자동차사들의 추락은 이미 예정됐던 것이나 다름없다.

퇴직 직원 등에 대한 과도한 건강보험료 부담으로 시간당 노동비용(70~75달러)이 아시아 자동차사들(30달러 수준)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이러다 보니 품질 개선을 위한 자본 투자가 제한됐고 품질에 비해 자동차값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지난 7월 중 미 자동차사들의 부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팔리지 않는 자동차를 헐값에 렌터카 업체에 넘기는 이른바 '재고정리 세일'을 줄이다보니 판매량이 줄었을 뿐 수익성은 개선됐다는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과도한 건강보험 부담 등을 줄이지 않는 한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전미자동차노조(UAW)와의 산별 단체협상에서 획기적인 타협안이 마련돼야만 미 자동차사들의 경영에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지난 7월 중 미국시장 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1년 전보다 12.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경기 침체와 고유가 등이 원인이 됐다.

미 자동차사들은 19% 줄었다.

아시아 업체와 유럽사들은 각각 5.6%와 2.4% 감소했다.

회사별로는 GM이 22%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포드와 크라이슬러도 각각 19%와 8.4% 뒷걸음질쳤다.

그동안 잘 나가던 도요타도 7.3% 줄어 미 주택경기 침체 여파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현대차 4만3511대,기아차 2만6990대 등 총 7만201대를 판매해 5.4%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현대·기아차의 월간 미국시장 점유율로는 역대 최고치이자 사상 처음으로 점유율 5%를 돌파한 지난 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5%대의 점유율을 유지한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미국시장 점유율 목표치는 각각 3.4%와 2.2%다. 이 회사 관계자는 "미국의 경기침체 속에서도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어 올해 목표 달성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유승호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