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경제통합의 꿈 우리가 이룰겁니다"

"동아시아 경제 통합을 위해서는 '아시아 공동통화(Asian Currency Unit·ACU)'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동아시아판 유럽연합(EU)'을 만들려면 지역 국가 간 경제 격차를 줄이는 게 급선무지요." 지난 7일 서울 이화여대 'LG 컨벤션홀'.동아시아 경제 통합을 위한 아시아 지역 대학생 모임인 '국제학생포럼(International Student Forum·ISF)' 행사가 열렸다.

이화여대를 비롯해 일본의 나고야대 오이타대,중국 선전대,태국 치앙마이대 등 아시아 지역 5개대 대학생 10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ISF는 동아시아 경제 통합을 연구하는 아시아권 대학생들의 모임.일본 규수 지역의 명문대인 오이타대 교수들의 아이디어로 2005년 발족됐다.기존의 교수 위주 국제 포럼과 달리 학부생들이 중심이 돼 아시아 경제 통합을 위한 논문 발표와 토론을 갖는다.

2005년 오이타대에서 첫 모임을 가진 뒤 지난해 치앙마이대에 이어 올해는 이화여대에서 세 번째 행사가 열렸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대학생들은 '동아시아는 왜 EU처럼 될 수 없을까''대학생인 우리가 동아시아 경제 통합을 위해 할 일은 무엇인가'라는 문제의식을 안고 모였다.일본 나고야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는 야스히로는 아시아 단일통화론을 제안했다.

그는 "일본인 한국인 중국인이 아닌 우리는 '아시아인'이라는 정체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아시아 공동통화가 정체성 확립에 기여할 수 있으며,단일통화 문제만 해결되면 동아시아 통합은 시간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중·일 3국의 쓰라린 과거사도 풀어야 할 과제로 제시됐다.이화여대 행정학과 4학년인 옥미경씨는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은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며 "역사적으로 응어리진 감정을 풀어낼 언어적 수단이 약한 것도 통합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독일 유학 경험이 있는 야스히로는 "일본 정부가 이해타산에만 급급해 독일처럼 역사 청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자국 정부를 비판했다.

반면 선전대에서 법학을 공부하는 반신웨이는 "경제 통합에서 역사적 감정은 중요하지 않다"며 "대신 지역 국가 간 경제 격차를 줄이는 게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포럼 창설 멤버의 한 사람인 김성국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학부생들에게 동아시아 경제 통합의 비전을 심어주기 위해 포럼을 기획했다"며 "자기 논문만 발표하고 헤어지는 교수들과 달리 학생들은 3박4일 만에 쉽게 친해지기 때문에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나고야대 지도 교수로 참석한 게이조 교수는 "두 달여 동안 논문 지도를 하며 학생들과 아시아 경제 통합의 꿈을 키웠다"며 "이들이 동아시아 무대를 누빌 때쯤이면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