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시대] 김문현 이화여대 법대학장 "법률가는 여성이 제격…한국의 힐러리 키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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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현 이화여대 법과대학장은 "법률가는 기본적으로 여성들에게 잘 맞는 직업"이라며 "특히 선진국이 될수록 여성 법조인이 크게 늘어나고,그에 비례해 여성들이 사회 지도자로 나가는 길도 넓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김 학장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도 여자대학인 웨슬리대를 졸업하고 예일대 로스쿨을 나왔다"며 "앞으로 이대 로스쿨을 통해 '한국의 힐러리'같은 지도자들을 길러내겠다"고 강조했다.그는 "이대는 최근 들어 사법시험 '여성 합격자' 순위로는 서울대에 이어 2위,사법연수원에 들어간 뒤 판ㆍ검사로 임용되는 '임관율'은 1위를 기록하는 등 '여성 법조인 양성소'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며 "여성 법조인이 되려는 사람은 남녀공학보다 이화여대 로스쿨에 오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담=육동인 사회부장
-법률가가 여성 친화적인 이유가 뭡니까."법률가는 성격상 논리성과 치밀함이 매우 중요한 직업입니다. 성실하고 논리적인 성향을 지닌 여성들에게 잘 맞는 셈이지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함도 도움이 되고요. 선진국의 예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미국,프랑스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법조인의 절반 이상이 여성입니다. 우리 나라도 최근 사시 합격자 중 여성비율이 50%에 육박하고 있는데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라고 봐야지요. 이들은 앞으로 사회 곳곳에서 지도자로 성장할 것입니다."
-여대 로스쿨은 어떤 장점이 있습니까.
"여성 법조인을 육성하는데 가장 유리합니다. 학교 전체가 여성들에게 맞는 환경을 제공해 주고 여성문제 연구 등 여성의 필요에 맞게 모든 학사과정을 진행하니까요. 아마 법조인이 되려는 여성들은 이화여대에 와서 공부하는 게 가장 편하고 좋을 겁니다."-구체적으로 어떤 측면이 유리합니까.
"학교의 모든 시스템이 여성의 필요에 맞게 짜여져 있습니다. 단적인 예가 보육 시설입니다. 아이를 기르는 여성들이 육아 문제에 신경쓰지 않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학교 내에 탁아시설을 두고 있습니다. 이런 편의성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인데 아마 여성들에겐 큰 장점이 될 겁니다."
-사법연수원을 거친 후 판사나 검사로 임용되는 '임관율'이 이대가 1위인 걸로 압니다. 사법고시 성적보다 연수원 성적이 훨씬 좋다는 의미인데요."그것도 법조가 여성 친화적이라는 또다른 증거입니다. 최근 3년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본교생 113명중 42명이 판검사로 임관됐습니다. 사시를 통과한 10명 중 4명이 판검사가 됐다는 얘기입니다. 법률공부는 길게 보면 끈기 있고 성실한 여성들이 유리하다는 말입니다. 이대 출신들이 연수원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기본 실력이 탄탄한 것도 큰 요인입니다. 이대 학생들은 다른 대학에 비해 고시촌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적고 주로 학교에서 수업 위주로 공부합니다."
-시험위주 공부가 아닌 대학 수업을 통해 기초 체력을 강화했다는 말씀인데요. 그런 충실한 '기본 교육'이 로스쿨 시대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겠네요.
"그럴 것으로 기대합니다. 튼튼한 기본 교육 위에 전문화된 법조 실무를 결합할 예정입니다. 특히 1학년 때는 기본 교육에 충실할 겁니다. 기초가 부실하면 변화하는 현실을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 다음 다른 대학보다 훨씬 전문화된 심화 과목을 가르칠 예정입니다."
-물론 '여성'이 특화전략이겠네요.
"그렇습니다. 모든 법률을 여성의 시각에서 보는 것이 기본이 될 것입니다. 여성 인권,여성 범죄,법여성학처럼요. 기본적으로 이화여대가 쌓아온 여성 관련 지식을 법률 지식과 접목하는 시도입니다. 여성 문제에 관해서는 다른 대학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연구 실적이 축적돼 있어 유리합니다."
―그렇다고 '여성'분야만 가르치는 것이 아닐텐데요.
"사회적 수요가 많은 부분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현재 조세나 기업 구조조정 분야를 중심으로 준비 중입니다. 오수근 교수(기업 구조조정)나 한만수 교수(조세)처럼 각 분야에서 알려진 교수진을 중심으로 전문 영역을 구축해 나갈 생각입니다."
-교수진은 충분합니까.
"전체 교수진은 36명입니다. 실무교수는 8명이고요. 특히 대외적으로 명망이 높은 교수들이 많습니다. 형법의 이재상,노동법의 신인령 전 총장이 계시고 미국 변호사 출신도 3명이나 됩니다. 오는 9월부터 초빙 교수로 오기로 한 전효숙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도 후배 양성에 대한 의지가 강합니다."
-로스쿨 학비가 비싼 것이 우수 인력 유치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입니다.
"이화여대는 국내 대학 중 재정적으로 가장 든든한 학교입니다. 우수한 인재가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학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이배용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로스쿨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강력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제시한 최대 정원 150명은 적절하다고 봅니까.
"교육부가 로스쿨 총정원을 정하는 것부터가 문제라고 봅니다. 그렇게 될 경우 어느 한 대학이 많이 가져가면 나머지 대학이 못 가져가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소모적인 과잉투자가 발생하는 거죠. 원래 로스쿨의 도입 취지는 사회 곳곳에 변호사를 배출하는 것입니다. 기업을 포함해 변호사를 필요로 하는 사회 각 분야에서 로스쿨 출신들이 활약할 수 있도록 총정원을 없애야 합니다. 많은 변호사를 배출한 뒤 이들이 자유 경쟁을 통해 도태되도록 유도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정리=성선화/사진=김병언 기자 doo@hankyung.com[약력]
경남 양산 출생(1951년), 서울대 법학과(학사ㆍ석사ㆍ박사),이대 법학과 교수(1991년), 미국 워싱턴 로스쿨대 방문교수, 독일 콘스탄츠대 연구교수,이대 법대 학장 취임(2006년)
김 학장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도 여자대학인 웨슬리대를 졸업하고 예일대 로스쿨을 나왔다"며 "앞으로 이대 로스쿨을 통해 '한국의 힐러리'같은 지도자들을 길러내겠다"고 강조했다.그는 "이대는 최근 들어 사법시험 '여성 합격자' 순위로는 서울대에 이어 2위,사법연수원에 들어간 뒤 판ㆍ검사로 임용되는 '임관율'은 1위를 기록하는 등 '여성 법조인 양성소'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며 "여성 법조인이 되려는 사람은 남녀공학보다 이화여대 로스쿨에 오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담=육동인 사회부장
-법률가가 여성 친화적인 이유가 뭡니까."법률가는 성격상 논리성과 치밀함이 매우 중요한 직업입니다. 성실하고 논리적인 성향을 지닌 여성들에게 잘 맞는 셈이지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함도 도움이 되고요. 선진국의 예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미국,프랑스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법조인의 절반 이상이 여성입니다. 우리 나라도 최근 사시 합격자 중 여성비율이 50%에 육박하고 있는데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라고 봐야지요. 이들은 앞으로 사회 곳곳에서 지도자로 성장할 것입니다."
-여대 로스쿨은 어떤 장점이 있습니까.
"여성 법조인을 육성하는데 가장 유리합니다. 학교 전체가 여성들에게 맞는 환경을 제공해 주고 여성문제 연구 등 여성의 필요에 맞게 모든 학사과정을 진행하니까요. 아마 법조인이 되려는 여성들은 이화여대에 와서 공부하는 게 가장 편하고 좋을 겁니다."-구체적으로 어떤 측면이 유리합니까.
"학교의 모든 시스템이 여성의 필요에 맞게 짜여져 있습니다. 단적인 예가 보육 시설입니다. 아이를 기르는 여성들이 육아 문제에 신경쓰지 않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학교 내에 탁아시설을 두고 있습니다. 이런 편의성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인데 아마 여성들에겐 큰 장점이 될 겁니다."
-사법연수원을 거친 후 판사나 검사로 임용되는 '임관율'이 이대가 1위인 걸로 압니다. 사법고시 성적보다 연수원 성적이 훨씬 좋다는 의미인데요."그것도 법조가 여성 친화적이라는 또다른 증거입니다. 최근 3년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본교생 113명중 42명이 판검사로 임관됐습니다. 사시를 통과한 10명 중 4명이 판검사가 됐다는 얘기입니다. 법률공부는 길게 보면 끈기 있고 성실한 여성들이 유리하다는 말입니다. 이대 출신들이 연수원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기본 실력이 탄탄한 것도 큰 요인입니다. 이대 학생들은 다른 대학에 비해 고시촌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적고 주로 학교에서 수업 위주로 공부합니다."
-시험위주 공부가 아닌 대학 수업을 통해 기초 체력을 강화했다는 말씀인데요. 그런 충실한 '기본 교육'이 로스쿨 시대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겠네요.
"그럴 것으로 기대합니다. 튼튼한 기본 교육 위에 전문화된 법조 실무를 결합할 예정입니다. 특히 1학년 때는 기본 교육에 충실할 겁니다. 기초가 부실하면 변화하는 현실을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 다음 다른 대학보다 훨씬 전문화된 심화 과목을 가르칠 예정입니다."
-물론 '여성'이 특화전략이겠네요.
"그렇습니다. 모든 법률을 여성의 시각에서 보는 것이 기본이 될 것입니다. 여성 인권,여성 범죄,법여성학처럼요. 기본적으로 이화여대가 쌓아온 여성 관련 지식을 법률 지식과 접목하는 시도입니다. 여성 문제에 관해서는 다른 대학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연구 실적이 축적돼 있어 유리합니다."
―그렇다고 '여성'분야만 가르치는 것이 아닐텐데요.
"사회적 수요가 많은 부분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현재 조세나 기업 구조조정 분야를 중심으로 준비 중입니다. 오수근 교수(기업 구조조정)나 한만수 교수(조세)처럼 각 분야에서 알려진 교수진을 중심으로 전문 영역을 구축해 나갈 생각입니다."
-교수진은 충분합니까.
"전체 교수진은 36명입니다. 실무교수는 8명이고요. 특히 대외적으로 명망이 높은 교수들이 많습니다. 형법의 이재상,노동법의 신인령 전 총장이 계시고 미국 변호사 출신도 3명이나 됩니다. 오는 9월부터 초빙 교수로 오기로 한 전효숙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도 후배 양성에 대한 의지가 강합니다."
-로스쿨 학비가 비싼 것이 우수 인력 유치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입니다.
"이화여대는 국내 대학 중 재정적으로 가장 든든한 학교입니다. 우수한 인재가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학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이배용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로스쿨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강력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제시한 최대 정원 150명은 적절하다고 봅니까.
"교육부가 로스쿨 총정원을 정하는 것부터가 문제라고 봅니다. 그렇게 될 경우 어느 한 대학이 많이 가져가면 나머지 대학이 못 가져가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소모적인 과잉투자가 발생하는 거죠. 원래 로스쿨의 도입 취지는 사회 곳곳에 변호사를 배출하는 것입니다. 기업을 포함해 변호사를 필요로 하는 사회 각 분야에서 로스쿨 출신들이 활약할 수 있도록 총정원을 없애야 합니다. 많은 변호사를 배출한 뒤 이들이 자유 경쟁을 통해 도태되도록 유도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정리=성선화/사진=김병언 기자 doo@hankyung.com[약력]
경남 양산 출생(1951년), 서울대 법학과(학사ㆍ석사ㆍ박사),이대 법학과 교수(1991년), 미국 워싱턴 로스쿨대 방문교수, 독일 콘스탄츠대 연구교수,이대 법대 학장 취임(200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