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그림값 뻥튀기' 경보 ... 화랑보다 2~3배 높게 판매

미술시장에 '그림값 뻥튀기' 경보가 내렸다.

서울 인사동 청담동 일대의 일부 미술품 판매 중개 업체(작가 발굴이나 작품 기획전을 하지 않고 작품 중개만 하는 곳)들이 인기작가 작품을 컬렉터로부터 구하거나 경매에서 낙찰받은 후 가격을 두 배 이상 높여 팔고 있다.최근에는 일부 화랑들도 미술품 판매 중개에 나서고 있어 이들 업체는 60여곳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판매 중개 업체가 취급하는 작품은 도상봉 이만익 김형근 오치균 이왈종 이수동 도성욱 사석원 등 시장에서 구하기 어려운 인기작가들의 그림이다.

이들은 작품값을 서울옥션과 K옥션 등 경매에서 팔린 최고 낙찰가를 기준으로 산정하고 있어 일반 화랑의 유통가격보다 두 배 이상 부풀려진 경우가 대부분이다.특히 완성도가 크게 떨어지는 작품도 비슷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단기 수익을 노린 '그림 떴다방'이나 '나까마'(미술품 중개 상인의 일본식 이름)들까지 판매점에 작품을 위탁하면서 가격거품을 부채질하고 있다.

김형근씨 작품은 올초까지만 해도 호당 1000만원을 넘지 않았으나 지난 5월 서울옥션경매에서 6호 크기 '자매'가 추정가(3500만∼5000만원)의 두 배가 넘는 1억3800만원에 낙찰되자 판매 전문점들은 가격을 호당 2000만~2500만원으로 올려버렸다.김종학씨의 작품도 지난 7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100호 크기 작품 '설악풍경'이 5억7000만원에 낙찰되자 판매 전문점들은 작품성과 관계없이 일제히 호당 1000만원으로 올려 팔고 있다.

인사동 모화랑은 도성욱씨의 12호 크기 작품을 2002년에 그린 습작인데도 불구하고 가나아트갤러리의 전시판매가보다 3배 이상 높은 1200만원에 걸어놨다.

윤철규 서울옥션 대표는 "경매 최고 낙찰가격은 작품성을 비롯해 제작연대,희귀성,완성도,시장전망 등 종합적인 평가를 내려 결정된 것으로 시장 유통가격과는 다른 경우가 많다"며 "새로 미술품 수집에 나서는 사람들이 경매가를 맹신한다는 사실을 교묘하게 이용한 미술품 판매점과 일부 소장가들의 '합작 상술'이란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인사동 고촌화랑의 안혜린 대표는 "미술품 판매 중개업체를 이용하는 고객은 투기를 노린 소장가나 나까마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들은 경매시장의 낙찰가격 추이를 봐가며 2~3개월 주기로 단타매매를 통해 수익을 챙기고 있다"고 전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