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실수… 나라살림 17조 '왔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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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 어처구니 없는 실수국가의 재정을 책임지는 재정경제부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재경부는 7일 '7월 통합재정수지(잠정)'를 발표하면서 "지난달 23일 발표된 상반기 통합재정수지 결과가 잘못됐다"고 자수했다.올해 상반기 공무원 인건비를 실제보다 17조원이나 많은 28조원으로 잘못 계산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6조원 적자라던 나라 살림은 11조원 흑자(통합재정수지 기준)로 바뀌었다.
잘못 계산된 금액이 무려 17조4000억원이었다.잠정치를 보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엉터리 자료를 만들었던 셈이다.
지난달 발표된 통합재정수지 자료를 근거로 해서 재경부는 "재정의 62.0%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해 경제성장률이 높아졌다"고 자화자찬했다.
재정 적자를 우려하는 언론의 지적에 대해 강계두 재경부 국고국장은 "상반기 적자 규모가 큰 것은 재정을 조기 집행한 결과"라며 '한 해 나라 살림을 초여름 실적으로 판단하나'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국정 브리핑에 기고하는 코미디를 연출하기도 했다.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상반기 재정 수지가 '엉터리'로 밝혀짐에 따라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재경부의 관리 능력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상반기 재정집행 진도율 역시 62.0%에서 53.6%로 수정했다.
재경부 고위 관료들이 잘못된 통계 위에서 춤을 춘 셈이다.이 같은 실수에 대해 재경부는 디지털 예산회계 시스템 상의 산식 오류로 정부의 인건비가 중복 과다 계상된 결과라며 시스템을 관리하는 기획예산처로 책임을 떠넘겼다.
김형수 재정기획과장은 "시스템 오류로 총 인건비가 실제보다 많게 계산됐다"며 "지난달 말 재경부가 이 같은 오류를 발견하고 바로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스템이 계산한 액수가 실제보다 무려 17조원 이상 차이나는데도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그대로 발표한 것은 분명한 재경부의 잘못이다.
재경부는 당시 발표에서 상반기 재정지출 항목 중 공무원 인건비 등 경상 지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조7000억원(44.4%)이나 급증했다고 밝혔다.
기자들이 "어떻게 이렇게 많이 늘어날 수 있느냐"고 여러 차례 의문을 제기했으나 재경부 관리들은 "모르겠다. 예산처에 물어봐라"고 답했을 뿐이다.
인건비 등 경상 지출이 40% 이상 늘어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거듭된 질문에도 묵묵부답이었다.
나라 곳간의 장부 작성을 시스템에만 맡겨 두고 최소한의 검증도 하지 않았거나 검증할 실력이 아예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재경부의 '산수 실력'이 이 정도라면 국가 회계 관리를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