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40~ 50대 마음 훔치다

젊음과 자유분방함의 상징,소박한 옷차림의 대명사인 청바지가 명품 열풍을 타고 '럭셔리 패션'으로 떠올랐다.

웬만한 양복 정장 한 벌 값에 육박하는 프리미엄 청바지가 날개돋친 듯 팔리자 백화점들은 명품 진(또는 데님) 브랜드들을 수입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구매 연령층도 10~20대 젊은층 위주에서 30∼50대 중장년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60만원짜리 청바지 불티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미국 백화점인 블루밍데일스,메이시스와 공동으로 50만원대의 프리미엄 청바지 '세븐진'을 시장 테스트 차원에서 40점 들여왔다.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한 달 만에 30여점이 팔려 나간 것.신세계 관계자는 "한정판이라 주로 VIP고객을 중심으로 판매했다"며 "변호사,의사 등 전문직을 가진 30,40대가 대부분이었으며 한 TV드라마 작가가 두 벌을 구입해가기도 했다"고 밝혔다.

신세계가 2004년 서울 강남점에 첫 선을 보인 프리미엄 진 편집매장인 '블루핏'의 매출도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첫해 16억7000만원에서 올해 32억2000만원으로 껑충 뛴 것.노대용 신세계 블루핏 담당 과장은 "연령층도 30대 37.5%,40대 20.9%,50대 16.2%로 중·장년층이 주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 백화점은 지난 5일 서울 명동 본점에 기본 라인 가격이 60만원을 호가하는 미국계 브랜드 '로간'을 또 입점시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현대,갤러리아 등의 명품 편집숍들에서도 고가 프리미엄 진의 판매 비중이 전체 매출의 절반에 이를 정도"라고 말했다.
◆잘 빠진 청바지 실루엣은 부(富)의 상징?

김정희 삼성패션연구소 과장은 "휴대폰,노트북 등 정보기술(IT) 제품에도 슬림(slim) 열풍이 불고 있는 사회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며 "현대 사회에선 날씬함은 곧 부(富)의 상징인데 청바지는 몸매가 어느 정도 돼야 입을 수 있는 대표적인 패션 아이콘"이라고 분석했다.

노대용 과장은 "이미 미국에선 변호사,의사 등 고소득층이 주말에 정장 대신 '로간'과 같은 청바지를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아이템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패션 부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제일모직 갤럭시팀 관계자는 "'키톤' 등 최고가 남성 정장만해도 안감을 전혀 안쓸 정도로 몸의 실루엣을 그대로 드러내는 라인들을 선보이고 있다"며 "갤럭시의 슬림 라인 주요 고객도 30~40대 고소득층"이라고 말했다.

청담동 명품 거리를 찾는 쇼핑객들의 선호 사이즈가 갈수록 작아지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청담동 편집숍인 '쿤'의 이상재 사장은 "46사이즈가 주로 팔리고 50사이즈(100호)는 아예 갖다 놓질 않는다"고 말했다.

명품 청바지 선호 현상이 지나친 과시욕의 산물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한 업계 관계자는 "청바지의 소재는 100만원짜리건 1만원짜리건 똑같다"며 "다만 색깔을 표현하는 워싱(washing)의 특수성,그리고 디자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100배까지 부풀려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