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행복테크'는 낙제점

'근로자 주당 평균 근로시간(43.7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하루 10분 이상 자기계발하는 사람은 20명 중 1명' '맞벌이 주부가 하루 3시간 28분 가사 노동할 동안 남편은 32분만 분담' '하루 154분을 TV 컴퓨터 등과 함께 하면서도 타인과의 교제 시간은 고작 49분'….국민 소득 2만달러,'워킹맘' 600만명 시대를 사는 한국인들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통계청은 주요 국가 통계를 분석해 한국인의 행복한 삶을 가로막는 요소를 선정,10일 발표했다.
◆뼈빠지게 일하고 자기 계발은 못해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소득 증가에도 불구하고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원인은 우선 근로시간은 너무 긴 반면 자기 계발에 투자하는 시간은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청의 6월 경제활동인구 조사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중 주당 근로시간이 54시간 이상인 취업자는 838만3000명으로 전체의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주 5일 근무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근로자 세 명 중 한 명은 하루 11시간에 가까운 중노동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노동부 통계에서도 올해 상반기 한국 근로자는 주당 평균 43.7시간 일한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적으로도 하루 9시간씩 일하고 있는 것.OECD 국가 중 단연 1위다.이는 자기 계발에 투자할 시간을 빼앗는 결과를 가져왔다.

통계청이 2004년 실시한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하루 10분 이상 자기 계발을 위해 학습하는 일반인 비율은 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 10분 이상 책을 읽는다는 일반인의 비율도 10명 중 1명 꼴(10.0%)에 지나지 않았다.
◆워킹맘,가사노동에 허리 휜다

특히 일하면서 가정까지 돌봐야 하는 여성들은 더욱 '행복의 조건'을 갖추기 힘들어 보인다.

2006년 기준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30~50대 워킹맘은 639만명으로 2000년(547만명)보다 16.8% 늘었다.

하지만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남편의 평균 가사노동시간(32분)은 홑벌이 가장인 남편의 가사노동시간(31분)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이 가사노동 부담을 덜어주지 않다 보니 맞벌이 주부의 가사노동시간은 하루 3시간28분으로 남편의 6.5배에 이르렀다.

물론 임금노동은 맞벌이 주부가 5시간14분으로 남편의 6시간34분보다 적지만 가사노동을 더하면 8시간42분으로 남편(7시간6분)보다 일하는 시간이 많다.


◆대화가 필요해

또한 한국인의 여가시간을 조사해 보니 인간관계보다는 TV 컴퓨터 등 기계에 의존해 여가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은 것도 행복감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목됐다.

10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인은 평일 여가생활로 TV시청에 2시간6분,컴퓨터 이용에 28분을 썼지만 타인과의 교제 활동에는 49분밖에 소비하지 않았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그 격차가 더 벌어져 TV시청 시간은 토요일에 2시간38분,일요일에는 3시간14분에 이르렀다.

컴퓨터 이용 시간도 토요일 39분,일요일 44분으로 평일보다 길었다.반면 교제 활동 시간은 토요일 58분,일요일 1시간 등으로 평일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