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마일리지 '상속ㆍ양도' 논란] 항공사 약관 불공정 판정땐 파장 클듯
입력
수정
"항공 마일리지는 현금 및 유가증권과 똑같은 개인 재산인 만큼 상속·증여·양도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한국소비자원)
"항공 마일리지는 단골 고객을 만들기 위해 회원 본인에게만 특별히 제공하는 혜택인 만큼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항공사) 항공 마일리지에 대한 상속·증여·양도를 금지하고 있는 국적 항공사들의 약관에 대해 소비자원이 "불공정 조항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함에 따라 마일리지의 재산권적 성격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약관의 불공정성을 심사하는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나 법원이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소비자 권익과 항공사 수익구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일리지,상속·증여 가능한가논란의 핵심은 마일리지가 '재산권적 성질을 지녔느냐'와 '회원 본인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일신전속권에 해당하느냐' 등 크게 두 가지다.
마일리지가 일신전속권에 해당하지 않는 개인 재산으로 해석될 경우 현금과 똑같이 상속·증여·양도가 가능해진다.
소비자원은 이에 대해 "마일리지는 항공권과 교환할 수 있는 일종의 '채권'인 만큼 명백한 개인 재산이며 신분적 권리에 국한되는 일신전속권과는 거리가 먼 사항"이라고 규정했다.대한항공 1만마일리지는 18만원 상당의 서울~제주 왕복 항공권으로 바꿀 수 있고,7만마일은 130만~150만원짜리 서울~미국 왕복 항복권과 교환되는 만큼 그 정도의 재산적 가치를 지녔다는 설명이다.
정세운 소비자원 변호사는 "해외 항공사 가운데서도 마일리지의 상속·양도를 인정하는 케이스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법무법인 한울의 김응우 변호사는 "항공사들이 신용카드사에 1마일당 10~18원씩 '마일리지 장사'를 하면서도 '판매된 마일리지는 소비자 개인 재산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그러나 국적 항공사들은 마일리지는 단골 고객에게 제공하는 감사의 표시이자 단골의 이탈을 막는 마케팅의 일환인 만큼 일신전속적인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3년가량의 유효기간을 두고 있는 해외 항공사와 달리 '평생 유효' 혜택을 주는 것을 감안하면 상속·증여·양도를 제한하더라도 불공정한 약관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현실적으로 항공사들이 국내외 고객들의 상속·증여 현황을 관리하기 힘든 데다 세금 등 복잡한 문제가 뒤따른다는 점도 제약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박선희 변호사는 "중요한 것은 항공사들이 약관에 명시한 '승계금지 특약'에 고객들이 동의했다는 사실"이라며 "특약 내용이 현저하게 불공정한 것으로 보긴 어려운 데다 이보다 더 큰 '평생 유효기간' 혜택을 준 만큼 불공정 약관으로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상속·증여되면 항공사 부담 클 듯
지난 6월 말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쌓은 마일리지 충당금(마일리지 사용에 대비해 회계상 미리 적립한 돈)은 각각 1784억원과 556억원.2003년 말 773억원,172억원에서 4년 만에 2~3배 정도 늘었다.
최근 몇 년 새 항공기 이용자가 대폭 늘어난 데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마일리지 적립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일부는 회원의 사망 또는 마일리지 부족(1만마일 이하는 항공권 교환 안 됨) 등으로 사실상 폐기 처분되고 있는 상태다.
항공 마일리지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이처럼 '버려지는' 마일리지 역시 대폭 확대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문제는 마일리지에 대한 상속·증여·양도가 가능해지면 '버려지는' 마일리지가 최소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직장 동료 수십명이 1만마일 이하의 '자투리'를 모아 한 사람을 미국행 비행기에 태울 수도 있고,잦은 해외 출장으로 100만마일 이상 쌓은 '밀리언 마일러'는 마일리지를 주변 사람들에게 판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정위가 해당 조항을 '무효화'할 경우 기존 가입자에도 소급 적용되는 만큼 항공사들의 부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정 변호사는 "공정위가 불공정 약관으로 심결하더라도 경제적 파장 등을 고려해 소급 적용하지 않고 심결 이후에만 적용토록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만환 공정위 약관제도팀장은 "현재까지 마일리지와 관련해 항공사 약관에 대한 심사 의뢰는 접수되지 않았으며 직권조사할 계획도 없다"며 "신청이 들어오면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카드 포인트 등에도 적용?
항공 마일리지에 대한 상속·증여·양도가 가능할 경우 신용카드 포인트 등 유사한 제도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될 것으로 법조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신용카드 포인트 역시 개인 재산으로 해석될 수 있는 데다 일신전속권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일부 신용카드 회사들은 지금도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포인트 양도를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신용카드의 경우 포인트 적립 방법,포인트 유효기간,포인트 사용방법,약관상 승계금지 특약 설정 여부 등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에 항공 마일리지와는 다소 성격이 다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항공 마일리지는 단골 고객을 만들기 위해 회원 본인에게만 특별히 제공하는 혜택인 만큼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항공사) 항공 마일리지에 대한 상속·증여·양도를 금지하고 있는 국적 항공사들의 약관에 대해 소비자원이 "불공정 조항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함에 따라 마일리지의 재산권적 성격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약관의 불공정성을 심사하는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나 법원이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소비자 권익과 항공사 수익구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일리지,상속·증여 가능한가논란의 핵심은 마일리지가 '재산권적 성질을 지녔느냐'와 '회원 본인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일신전속권에 해당하느냐' 등 크게 두 가지다.
마일리지가 일신전속권에 해당하지 않는 개인 재산으로 해석될 경우 현금과 똑같이 상속·증여·양도가 가능해진다.
소비자원은 이에 대해 "마일리지는 항공권과 교환할 수 있는 일종의 '채권'인 만큼 명백한 개인 재산이며 신분적 권리에 국한되는 일신전속권과는 거리가 먼 사항"이라고 규정했다.대한항공 1만마일리지는 18만원 상당의 서울~제주 왕복 항공권으로 바꿀 수 있고,7만마일은 130만~150만원짜리 서울~미국 왕복 항복권과 교환되는 만큼 그 정도의 재산적 가치를 지녔다는 설명이다.
정세운 소비자원 변호사는 "해외 항공사 가운데서도 마일리지의 상속·양도를 인정하는 케이스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법무법인 한울의 김응우 변호사는 "항공사들이 신용카드사에 1마일당 10~18원씩 '마일리지 장사'를 하면서도 '판매된 마일리지는 소비자 개인 재산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그러나 국적 항공사들은 마일리지는 단골 고객에게 제공하는 감사의 표시이자 단골의 이탈을 막는 마케팅의 일환인 만큼 일신전속적인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3년가량의 유효기간을 두고 있는 해외 항공사와 달리 '평생 유효' 혜택을 주는 것을 감안하면 상속·증여·양도를 제한하더라도 불공정한 약관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현실적으로 항공사들이 국내외 고객들의 상속·증여 현황을 관리하기 힘든 데다 세금 등 복잡한 문제가 뒤따른다는 점도 제약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박선희 변호사는 "중요한 것은 항공사들이 약관에 명시한 '승계금지 특약'에 고객들이 동의했다는 사실"이라며 "특약 내용이 현저하게 불공정한 것으로 보긴 어려운 데다 이보다 더 큰 '평생 유효기간' 혜택을 준 만큼 불공정 약관으로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상속·증여되면 항공사 부담 클 듯
지난 6월 말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쌓은 마일리지 충당금(마일리지 사용에 대비해 회계상 미리 적립한 돈)은 각각 1784억원과 556억원.2003년 말 773억원,172억원에서 4년 만에 2~3배 정도 늘었다.
최근 몇 년 새 항공기 이용자가 대폭 늘어난 데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마일리지 적립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일부는 회원의 사망 또는 마일리지 부족(1만마일 이하는 항공권 교환 안 됨) 등으로 사실상 폐기 처분되고 있는 상태다.
항공 마일리지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이처럼 '버려지는' 마일리지 역시 대폭 확대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문제는 마일리지에 대한 상속·증여·양도가 가능해지면 '버려지는' 마일리지가 최소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직장 동료 수십명이 1만마일 이하의 '자투리'를 모아 한 사람을 미국행 비행기에 태울 수도 있고,잦은 해외 출장으로 100만마일 이상 쌓은 '밀리언 마일러'는 마일리지를 주변 사람들에게 판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정위가 해당 조항을 '무효화'할 경우 기존 가입자에도 소급 적용되는 만큼 항공사들의 부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정 변호사는 "공정위가 불공정 약관으로 심결하더라도 경제적 파장 등을 고려해 소급 적용하지 않고 심결 이후에만 적용토록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만환 공정위 약관제도팀장은 "현재까지 마일리지와 관련해 항공사 약관에 대한 심사 의뢰는 접수되지 않았으며 직권조사할 계획도 없다"며 "신청이 들어오면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카드 포인트 등에도 적용?
항공 마일리지에 대한 상속·증여·양도가 가능할 경우 신용카드 포인트 등 유사한 제도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될 것으로 법조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신용카드 포인트 역시 개인 재산으로 해석될 수 있는 데다 일신전속권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일부 신용카드 회사들은 지금도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포인트 양도를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신용카드의 경우 포인트 적립 방법,포인트 유효기간,포인트 사용방법,약관상 승계금지 특약 설정 여부 등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에 항공 마일리지와는 다소 성격이 다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