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삼두마차' 10%대 이익률 2년만에 회복


반도체,LCD,휴대폰 등 삼성전자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삼두마차가 정상 주로(走路)에 재진입했다.

지난 3분기 3개 사업부문이 모두 두 자릿수의 영업이익률(반도체 18%,LCD 17%,휴대폰 12%)을 회복한 것.삼성전자가 이른바 '트리플 더블(3개 사업부문의 영업이익률이 동시에 두 자릿수 기록)'을 달성한 건 2005년 3분기 이후 2년 만이다.또 3개 사업부문의 분기 매출 성장률(반도체 18%,LCD 20%,휴대폰 13%)도 모두 두 자릿수대를 기록,삼성전자의 성장 정체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깨끗이 씻어냈다.

특히 상반기 내내 실적부진에 시달리며 삼성전자 위기설의 진원지로 지목됐던 반도체 부문이 자존심을 회복하며 건재를 과시,'역시 반도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도체,제품 포트폴리오 효과흉흉한 위기설에도 불구하고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놀라운' 실적을 기록한 건 삼성전자의 차별화된 '제품 믹스'가 빛을 발한 결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만큼 위기를 헤쳐나갈 여지도 크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지난 2분기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지적됐던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3분기 판매신장률(Bit Growth)이 D램은 9%,낸드플래시는 3%에 그쳤지만 모바일 D램,그래픽DDR,SLC 등 고부가 제품의 판매 비중이 늘어나 이익률은 크게 증가했다.여기에 비메모리(시스템LSI) 사업도 눈에 띄게 약진,반도체 전체 영업이익(9200억원)이 전분기 대비 181%나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 반도체 업황이 여전히 부진했음에도 선전할 수 있었던 건 마진이 좋은 제품의 판매를 늘렸기 때문"이라며 "거래선들과 이 정도로 융통성 있게 거래할 수 있다는 게 삼성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휴대폰,점유율 확대전략 주효휴대폰 부문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이라는 최지성 사장의 전략이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울트라에디션,3G폰 등 프리미엄 제품뿐 아니라 신흥 시장을 겨냥한 중저가 제품의 판매도 늘어나면서 분기 사상 최고치인 426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했다.

프리미엄 시장과 중저가 시장을 병행 공략하는 '노키아식' 마케팅 전략을 벤치마킹한 게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휴대폰 시장에서 모토로라를 밀어내고 세계 2위에 오른 삼성전자가 1위인 노키아를 '노키아식'으로 추격하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우식 삼성전자 IR팀장(부사장)은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1년 새 휴대폰 매출 성장률이 시장 성장률(15%)보다 3배 이상 높은 47%에 달했다"며 "이런 추세대로라면 내년에는 (반도체 위주의) 사업구조가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LCD 등 4분기에도 호조 예상

LCD도 IT와 TV용 패널 판매량이 모두 늘어나 분기 사상 최대인 4조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8월에 양산을 시작한 8세대 공장의 감가상각비 부담에도 불구하고 1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세계 시장 1위 업체의 경쟁력을 과시했다.

해외 생산 비중이 90%에 달하는 디지털미디어의 경우 본사 기준으로는 12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연결기준으로는 2400억원의 흑자를 달성했다.

생활가전사업도 올 들어 3분기 연속 흑자기조를 유지했다.

한편 4분기 실적은 3분기만큼은 아니지만 고공행진을 지속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크리스마스 특수가 있는 만큼 실적이 나빠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LCD의 경우 통상 세트업체들이 비수기인 1분기를 의식,4분기에 패널 구매를 꺼리지만 내년에는 베이징올림픽 특수가 예정돼 있어 올해는 예외일 가능성이 크다.

주 부사장은 "반도체의 경우 4분기 고정거래가격이 15% 정도 떨어지겠지만 그동안 실적 회복의 발목을 잡던 수율 문제가 해결되면서 역으로 채산성이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특히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휴대폰,시스템LSI,프린터 등의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삼성전자의 사업구조가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